멀티미디어 칩 `춘추전국시대`

휴대폰속 세계대전 배경과 전망

사진; 퀄컴의 MSM6100은 통신용 모뎀과 멀티미디어 지원 기능을 동시에 탑재한 칩으로 cdma2000 1x 통신과 함께 MP3 디코딩 기능, 카메라폰 컨트롤러 기능 등을 지원한다.

첨단 멀티미디어 반도체들이 휴대폰 속에서 사활을 건 한판 대결을 벌인다. 모바일 멀티미디어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칩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휴대폰 속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묵묵히 구동하던 반도체들이 남의 기능을 흡수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 기능이 휴대폰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를 차지하기 위해 모뎀 칩 업계,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칩 업계, 카메라폰용 반도체 업계가 제각기 특화된 칩으로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멀티미디어 보고 휴대폰=그동안 휴대폰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주로 정지 영상과 초급 동영상이었다. 과거에는 휴대폰 칩 세계에서 이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 통신용 베이스밴드 모뎀 칩, 멀티미디어 기능 칩 등이 별도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영상전화, 실시간TV 등이 킬러 앱으로 각광받으면서 동영상 멀티미디어 지원이 기본 기능으로 부각됐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MPEG4, H.264 등이 휴대폰의 주력 기술로 채택되고 있다.

 넥서스칩스 김학근 사장은 “휴대폰은 경박단소, 높은 전력 효율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여러 칩을 동시에 쓸 수 없어, 칩들 간 격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치열한 3파전=멀티미디어 기능과 관련해서 크게 통신용 모뎀 칩,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칩, 카메라폰 컨트롤러 칩 등의 업체들은 MPEG4 등 차세대 동영상 기능을 갖춘 칩을 내놨거나 개발중이다.

 퀄컴 모뎀 칩 진영에서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신 칩에 포함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퀄컴 관계자는 “상반기 중 출시예정인 MSM6550칩에서 MPEG4 등을 지원하는 한편, 내년부터 선보일 차세대 제품군인 MSM7000 시리즈를 통해 멀티미디어 통합 모뎀 칩을 쏟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기어시스템스 등 통신용 칩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칩을 개발중이다. TI, 르네사스, 후지쯔 등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특화해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칩은 주로 PDA, 휴대형게임기, 스마트폰 등 멀티미디어 특화 단말기 기능을 지원한다. TI, 노키아 등 애플리케이션 칩 진영에서는 지난 3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및 프로세서의 개방형 표준을 위한 표준화 단체인 ‘MIPI’를 결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비메모리 분야 업체인 엠텍비전과 코아로직은 카메라폰 컨트롤러의 기능에 MPEG4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탑재해 각각 ‘CAP’ ‘MAP’ 칩을 늦어도 3분기 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코아로직 강영태 이사는 “휴대폰용 반도체 설계 기능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제조업체들에 고성능 저가 칩을 공급하고 실시간 기술지원을 통해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퀄컴 등 모뎀 칩 업계는 휴대폰 서비스 동향에 따라 기능을 점차 넓혀간다는 전략이며 TI 등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업계는 자사의 포괄적인 지원 칩 기능을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만들어 시장을 제패한다는 것이다. 카메라폰 컨트롤러 진영에서는 벤처기업답게 휴대폰 업체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대전이 막 시작된 것이라 어떤 진영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이르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넥서스칩스 김학근 사장은 “승부는 시장에서 어떤 기능을 선택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현재 이러한 휴대폰 개발 초기 단계여서 킬러 앱이 아직 확실치 않다”며 “향후 이들 진영 외에도 새로운 도전자들이 가세해 당분간 춘추전국시대가 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