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교육이다](8)게임도 영재교육-①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사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진학해 직접 게임을 개발해 상용화시키고 싶습니다. 대학 졸업후에는 국제연합(UN)에서 게임관련 국제활동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될 계획입니다.” (윤충언,1학년·19)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겠습니다. 게임관련 시장도 크고, 정보도 많아서 매력적입니다. 지금 관심을 쏟고 있는 개발도 좋지만, 대학에선 게임관련 경영을 공부할까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돌아와 게임회사를 만들어 직접 경영을 맡을 생각입니다.” (김진석,1학년·17)

“일단 프로그램 전문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의 진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세계적 게임 개발자로서 이름을 남기고자 합니다.” (서원종,1학년·17)

지난 16일,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자신감 넘치는 눈망울에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든든한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너나없이 ‘제2의 김택진’, ‘훗날의 김범수’를 꿈꾸는 새싹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52명 ‘게임키즈’들의 꿈이 영글고 있는 게임과학고는 지난 3월 국내 최초 게임학교, 게임특성화 고교 1호라는 각종 기록을 만들며 정식 학기에 들어갔다.

현재 1학기가 마무리 돼가는 과정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게임영재 교육이라는 실험적 항해는 계속되고 있다. 게임과학고의 게임전문 교육은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국민공통 고교학습과정이라는 일반 학과교육을 마친 다음에 오후 9시까지 사실상 ‘특별교육’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게임 기획에서부터 프로그래밍, 그래픽 등 각종 전문학과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일반 교과과정이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전문교육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하기 때문에 특성화 교육의 시간적 제약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특히 게임에 대한 애착, 관심, 의욕으로 똘똘 뭉친 학생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오후 늦게까지 진행되는 게임전문 교육과정의 열기가 오히려 뜨겁다.

재학생중 맏형 격인 윤충언 군의 학업 이력이 게임과학고의 특성을 대변해준다. 윤 군은 대구에서 일반계 고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가 게임과학고가 개교하면서 1학년으로 재입학했다. 윤 군은 “게임을 향한 열정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스스로가 알면서도 일반 인문계 학교에 묻혀 지내는 것은 자기 삶에 대한 방기라고 생각했다”며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지만, 나의 뜻과 지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지금은 둘도 없는 후원자가 돼주셨다”고 말했다.

이학교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성은 교육과 개발이 병행된다는 점이다. 게임이라는 ‘특수목적’을 안고 있기 때문에 주입식이라는 일반적 교육방법은 전혀 통할 수 없다. 그래서 학교측이 마련한 방안이 교육과 게임개발을 병행하는 것이다.

게임과학고에는 현재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개발반이 자체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3인칭 슈팅게임’ 장르로 배틀넷을 통해 대전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내년쯤 베타테스트를 진행한다는 목표로 개발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는 게임개발자로 수년간 활동해온 강혁 교사(32)를 비롯해 개발자 교사 2명과 학생들 1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진척이 더욱 빠르다. 개교 초기부터 게임과학고는 ‘칠판없는 학교’, ‘노트필기 없는 학교’를 선언하면서 전교생 PDA 학습이라는 교육방식을 적용하는 등 모바일환경 구축에 한걸음 앞서 달려왔다. 자연히 학생들 사이에 모바일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게임 개발에도 의욕이 강하게 형성됐다.

오는 8월경 3개 정도의 PDA용 모바일게임이 발표될 예정이다. 학교측은 이 모바일게임의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이달중 학교법인 사업자등록도 마칠 계획이다. 학교가 모바일게임 개발회사로 또다른 출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개발반에 참여하고 있는 김진석 군은 “수업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게임을 개발하면서 이론을 검증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자랑”이라며 “모바일게임이 정식 출시되면 세상이 깜짝 놀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뱉었다.

학내 게임개발작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강혁 교사는 “함께 숙식을 하면서 개발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흡사 예전 게임개발을 진행하던 때와 비슷할 정도로 작업환경이 좋고 능률도 높다”며 “교사와 학생이 혼연일체가 돼 개발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과학고는 내년 또 한번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한 학년 50명 정원을 100명으로 늘릴 예정이고, 1학년 의무공통 교과 외에 2학년부터 전면적인 게임 집중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1, 2, 3학년 진용이 모두 갖춰지는 내후년쯤 학교가 성장의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학교가 명실상부한 ‘게임키즈 사관학교’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도 몇가지 있다. 우선 재학생 출신지를 전국화하는 문제다. 물론 지금도 전국 각도의 출신자들로 골고루 구성돼있지만, 여전히 소재지인 전북지역 출신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국의 우수한 학생이 골고루 포진할 수 있는 인력구성이 요구된다.

또 하나는 학부모의 인식변화와 맞물려야하지만 중학교 성적우수 학생의 다각적인 유치다. 그래야만 학습의 품질은 물론 게임 전문교육의 질적 향상이 보장된다.

이명숙 이사장(47)은 “개교 첫해에 제기된 갖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 게임교육의 고도화를 꾀할 수 있는 기틀을 내년에는 기필코 마련하겠다”며 “전인화 교육과 게임 특성화교육이 함께 갈 수 있도록 교육관련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인터뷰-정광호 한세대 교수

“게임을 국가기간 산업화하자는 얘기는 나와도, 정작 중요한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는가에는 등한시해왔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게임인력 발굴 및 육성에 진력하지 않은 상태서 나온 청사진은 공염불이 될 소지가 큽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저부터 나서서 필생의 과업으로 게임고등학교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정광호 교수(한세대 IT학부·48)가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를 설립하고자 나선 것은 오로지 게임인재 양성과 게임산업의 발전이라는 목표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사재를 털어서 학교를 세운 것이 국가 게임산업의 발전에 동량으로 쓰여 지길 기대한 까닭이다.

“누가 뭐래도 문제는 인력입니다. 과학이 중요해서 과학인재를 키우고, IT기술이 중요해서 IT수재를 길러내듯이 게임도 우수한 ‘게임키즈’를 많이 만들어내야합니다. 그래야만 2007년 3대 게임강국 진입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도 가능해집니다”

정 교수는 현재 공석인 게임과학고 교장직을 맡기 위해 오는 8월경 교수직도 버리고, 직접 학교챙기기에 달라 붙을 예정이다. 만들기만 해놓고 내용적으로 채우지 못한 지금까지의 아쉬움이 크게 작용했다. 교장직을 맡으면서부터 게임 교과는 물론 학습품질 제고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번 여름방학부터 영어·게임교육에 더욱 집중적인 힘을 불어넣어, 유학과 진학이라는 학교운영 목표를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첫째 인성, 둘째 영어(외국어), 셋째 게임이라는 학습집중도 순위는 흐트리지 않겠습니다. 게임만 잘하고 인성이 모자란 인재보다는, 게임은 더 배울 가능성을 가졌으면서 인성으로는 완성된 그런 사람을 길러내겠습니다.”

정 교수는 내년에 더 큰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서게 된다. 내년 사이버게임대학을 설립할 계획으로 지금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리고 3∼5년후 게임과학고가 자립기반을 형성할 즈음, 국내 최초 4년제 게임대학교까지 정식 설립할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고교 게임교육과 연계시킨, 대학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향후 만들어질 게임대학교는 아시아의 유능한 인재를 불러들여 한국을 아시아 게임교육의 메카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산업과 교육, 정책과 교육이 함께 가는 게임교육이 ‘게임코리아’의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정 교수는 확신하고 있다.

<완주=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연혁

2002.3:학교법인 설립 허가신청

2002.4:학교법인 ‘성순학원’ 인가

2002.4: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설립계획 승인

2002.10: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기공

2003.2:학교시설 건축승인

2003.10: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설립 최종 인가(전라북도 교육청)

2004.3:개교(http://www.game.hs.kr)

2004.6(현재):1학년 52명 재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