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는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드럼세탁기와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급 제품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으며, 기본적인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가 어려울수록 기업들은 고객의 니즈를 십분 반영해 독특한 아이디어로 새 제품을 내놓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컨버전스 물결이 더욱 가속화하며 디지털 기기 뿐 아니라 정수기와 냉장고 등 다양한 제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월1일부터는 번호이동성 제도가 처음 실시되면서 이를 겨냥한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컨셉의 제품을 출시, 특수를 누렸으며 4월부터는 EBS수능방송 개시로 PC나 LCD 모니터, 소형 디지털TV 등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올 상반기 부문별로 정리한 인기상품 목록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떤 상품에 눈을 돌리는지, 어떠한 마케팅이 수요 창출을 이끌어내는지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만족부문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품질과 디자인, 서비스, 브랜드 등 다양한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 삼성전자 디지털TV ‘파브’와 LG전자 에어컨 ‘휘센’ 위니아만도 김치냉장고 ‘딤채’ 등은 각 품목 대표 상품으로서 오래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사이버샷’으로 사랑받고 있는 소니코리아는 AS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전국 40여 곳에 디지털카메라 AS 거점을 마련, 오프라인 기반의 사후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온라인 AS센터(http://scs.sony.co.kr)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하며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해 만족도 제고에 나서고 있다.
MP3플레이어 시장의 선두주자 레인콤은 30만화소급 디지털카메라를 결합한 ‘프리즘아이’를 무기로 다시금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개인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한 상품 중 하나인 통신서비스 분야에서는 KT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와 SK텔레콤이 선정됐다. SK텔레콤은 고객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문 교육기관인 ‘레인보우 아카데미’를 서울대에 개설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기는 삼성전자의 ‘뮤직폰’이 상반기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히트상품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인텔의 ‘센트리노’ 모바일 기술은 통합 무선랜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활동영역과 시간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하며 고객만족 상품으로 선정됐다.
<>마케팅우수 부문=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마케팅을 적절히 구사하지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한다. LG전자의 디지털TV ‘엑스캔버스’나 드럼세탁기 ‘트롬’, 도시바 노트북, 삼보컴퓨터 데스크톱PC ‘드림시스’ 등은 각각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며 우수한 마케팅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IBM의 서버 ‘i5’ 시리즈는 가상화 엔진을 통해 유닉스, 리눅스, 윈도 등 멀티 OS 환경을 지원하는 장점을 내세워 판매를 확대했으며, LG히타치의 스토리지 시스템 ‘라이트닝9900v’도 마케팅 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최근 아파트 시장의 다변화 추세와 맞물려 아파트,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디지털 도어록 시장에서 대양디앤티는 음성안내시스템과 다양한 디자인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품질우수 부문=무엇보다 품질 및 기능 자체로 평가받는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양문형 냉장고인 ‘지펠’에 주방에서의 음식냄새를 없애주는 주방청정기를 탑재한 ‘청정지펠’로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팬택&큐리텔은 폴더를 닫았을 때 완벽한 디지털카메라로 보이는 FM라디오 겸용 컨버전스 메가픽셀 디카폰으로 국내 휴대폰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려 놓았다. 13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해 디카 수준의 선명한 사진 촬영까지 가능하다.
정수기 전문업체 청호나이스는 생활가전의 컨버전스화를 주창하며 온수와 정수가 나오는 정수기에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를 추가한 세계 최초의 제품을 내놨다. 한국표준협회에서 주관한 ’2004 신기술 으뜸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디자인우수 및 추천상품 부문=제품 구입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다. 각 기업들은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만전을 기할 정도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지난 2002년 유럽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여 화제가 됐던 휴대폰(모델명 모토로라 V70)의 로테이터 기술을 적용한 ‘스핀모토’로 과거 ‘스타택’에서 보여줬던 디자인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엡손의 디지털복합기나 후지쯔의 노트북PC,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디지털TV 등도 디자인우수 상품으로 선정됐다.
이밖에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SK텔레텍의 폴더형 카메라폰과 덱트론의 디지털TV, 퍼셉컴의 명함인식기 등은 추천상품에 선정됐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이렇게 선정했다]
본지는 인기상품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살리기 위해 각 사의 마케팅 자료는 물론 전자랜드21·하이마트·테크노마트 등의 오프라인 유통점과 인터파크·LG홈쇼핑·CJ홈쇼핑·한솔CSN 등 온라인 유통점의 매출자료를 참고했다. 여기에다 본지의 각 분야 전문기자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했다.
지난달 31일부터 6월5일까지 응모한 상품 및 서비스를 대상으로 1차 심사를 거쳤으며, 신청하지 않은 상품 및 서비스도 시장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서는 심사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또 시장지배력이 없어도 상반기에 성장폭이 컸다고 인정되는 상품들은 인기상품으로 과감히 추천했다.
인기상품이 매년 대기업 상품 위주로 집중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에는 되도록 중소기업 상품이 많이 포함되도록 ‘안배’에 신경을 썼다. 이와 함께 ‘홈네트워크’ 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상품도 발굴, 인기상품에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신청 업체들이 많지 않아 수상작은 없었다.
디지털 가전 부문 업체들의 신청이 많은 경향은 이번에도 똑같이 나타났지만 인터넷 관련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해 경기불황에 따른 관련 업계의 침체상황을 보여줬다.
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