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도 히트 상품은 있다.’
올 상반기 인기 전자 제품의 특징은 웰빙 열풍과 소형 디지털 기기의 강세로 압축할 수 있다. 지난 해 부터 불어닥친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바람으로 가전 시장에도 공기청정기·음이온 세탁기 등 다양한 건강 가전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또 디지털 카메라·MP3 플레이어 등 소형 디지털 기기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가 급신장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디지털 가전 시장에 미력하나마 열기를 불어 넣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 일색이던 업체 군도 중소 전문기업과 기존 대기업 브랜드가 서로 상생하는 분위기다.
냉장고·에어컨·TV 등 전통적인 3대 가전에서는 역시 LG와 삼성전자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으며 김치 냉장고에서도 만도 딤채의 아성이 깨지지 않고 여전히 건재했다.
주요 유통 채널의 상반기 인기 상품의 현황을 집계한 결과 3대 가전제품에서는 LG와 삼성이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마트에서는 TV는 LG의 29인치 HD브라운관이 가장 많이 팔렸으며 삼성의 29인치 HD브라운관 TV가 그 뒤를 이었다. 엘지 45인치 엑스캔버스 프로젝션은 3위를 달렸다. 반대로 양문형 대형 냉장고에서는 삼성의 680ℓ 급 양문형 냉장고가 가장 많이 팔렸다. 이어 대우의 579ℓ 급 저가형 양문형 냉장고, LG전자의 680ℓ급 디오스 순이었다.
드럼세탁기 부문에서는 LG전자의 트롬이 1위였다. 트롬 10㎏ 세탁+건조 겸용 제품이 가장 인기를 얻었으며 2위는 트롬 8㎏ 세탁 전용 모델이었다. 3위는 삼성 하우젠 드럼세탁기 8㎏ 급이었다. 김치냉장고는 만도 딤채가 1·2·3위 자리를 모두 독차지했다. 딤채 123ℓ 김치 냉장고가 가장 많이 팔렸으며 156ℓ, 182ℓ가 2,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상반기에는 또 불황에도 디지털과 웰빙 열풍에 맞는 품목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디지털카메라는 전년에 비해 두 배로 판매량이 늘었다. 디지털 카메라는 삼성테크윈의 320만 화소 제품이 1위를 차지했고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의 300만 화소 카메라가 그 뒤를 이었다. 공기청정기 역시 전년동기 200% 큰 폭으로 성장한 가운데 만도 위니아의 10평형 필터식 공기청정기가 1위를, 청풍의 15평, 10평 복합식 공기청정기가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본격적인 대중화시대를 맞고 있는 홈시어터는 삼성과 LG전자의 보급형 세트 모델이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의 앰프 내장 콤보형 홈시어터가 1위이며 LG전자의 DVD 앰프 일체형 홈시어터가 2위였다. LG전자의 무선 스피커 홈시어터는 3위를 기록했다.
하이마트 측은 “최근 디지털 히트상품의 특징은 제품의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점” 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을 본질로 삼은 핸드폰 혹은 메신저, 오래 전부터 있어온 카메라와 음향 기기의 욕구를 업그레이드한 디카와 MP3 등이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테크노마트도 각 제품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인기 상품을 집계한 결과 백색가전 중 냉장고는 LG 제품이 강세를 보였는데 LG전자의 ‘245GB’, ‘145GD’·‘686DHS’ 등의 모델이 각각 시장 수위를 차지했다. 비수기가 없어진 김치냉장고는 만도의 ‘1826SD’모델과 ‘1566SD’ 모델이 1· 2위에 올랐으며 그 뒤를 LG의 ‘189KB’모델이 바짝 쫓고 있다.
세탁기에서는 LG의 트롬이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LG 트롬의 ‘WD-R 102P’, ‘WFVB 105’가 각각 1, 2위에 뽑혔으며 삼성 하우젠의 ‘SEWHS 100’가 그 뒤를 이었다.
TV는 소니 ‘KV-21DA75’ 모델과 ‘KV-25DA65’, 샤프의 ‘VT-14GH10’ 순으로 인기를 끌었다. 여름 휴가의 필수품으로 떠오른 디지털 카메라는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캐논 ‘A80’이 1위, 깜찍한 디자인의 니콘 ‘쿨픽스3200’이 2위, 최근에 선을 보인 카시오의 ‘Z40’이 3위로 선정됐다.
젊은 층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MP3 부문에서는 ‘IFP790’이 1위, 디지탈웨이의 ‘FY200’이 2위, 이라테크의 ‘EMP 100’이 3위에 올랐다.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공기청정기는 샤프 ‘FU 360K’모델이 1위, 삼성 ‘AC-120A’가 2위, 청풍 ‘CAP-M3012’가 3위로 선정됐다.
DVD바람을 타고 인기를 모으고 있는 홈시어터는 삼성의 ‘HT- DB 758TA’, LG의 ‘XCH 6550TW’, 삼성의 ‘50400T’순으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컴퓨터 관련해서는 LCD 모니터의 경우 LG ‘M16S ’17인치, 삼성 ‘176N’, 하이비전의 ‘MV173’가 각각 1· 2· 3위에 올랐다. 잉크젯 프린터 부분에서는 ‘HP 3550’, 엡손 ‘C43UX’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레이저 프린터에서는 HP의 ‘1150’, 삼성의 ‘ML-1710’, HP의 ‘HP 1300’ 순으로 잘 팔렸다. 디지털 복합기 부문에서는 엡슨의‘CX-3100’, HP ‘PSC-1210’, HP ‘PSC-2410’이 테크노마트에서 소비자가 뽑은 히트 상품에 뽑혔다. 이 밖에 캠코더에서는 파나소닉의 ‘NV-GS200K’, 소니의 ‘DCR-HC40’, 소니의 ‘DCR-PC300K’가 각각 인기를 끌었다.
전자랜드21은 올 상반기 인기 상품을 조사한 결과 여전히 삼성과 LG전자 등 국내 가전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MP3· LCD 모니터 등의 제품에 있어서는 레인콤· 오리온 등 중견업체의 제품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디지털TV와 캠코더 분야에서,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분야에서는 LG전자가 판매 순위 1위를 달렸다. 디지털 카메라는 캐논이, DVD 복합기 부분에서는 소니가 시장 수위 자리를 지켰다. 데스크톱· 노트북· 프린터· 디지털 복합기 등 컴퓨터 주요 제품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강자 없이 HP· 삼성전자· 주연· 엡손 등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전자랜드 이봉희 본부장은 “아날로그 시대에도 중요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이라며 “칩 기술의 발달로 기술 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요즘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는 아날로그 시대 때 보다 더 중요해져 올 상반기에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히트 상품 대열에 올랐다.”라고 분석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