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氣를 살리자](24.끝)결산 좌담회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해 전자신문과 산업자원부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업의 기를 살리자’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난 6개월간 총 23회에 걸쳐 게재된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전자신문과 산업자원부는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지난 4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7층 회의실에서 유영환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번 시리즈를 정리하는 결산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사회(이재구 전자신문 경제과학부장)= 외환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다시 IMF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위기’를 너무 강조할 것은 아니지만 극복이 과제다. ‘위기’는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산자부가 규제철폐와 이의 긍정적 파급 차원에서 추진해 온 ‘기살리기 ’정책은 무엇보다 기업이 법·제도적 규제 등으로 인해 위축돼 있다는 것이 출발점이다.

◇유영환(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과거 산업자원부는 막강한 인허가권으로 기업들을 도와줬지만 이제는 규제철폐와 완화로 기살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3년 전부터 감소추세인 투자를 활성화하는 노력과 함께 고용창출을 꾀하고 있다.

◇이춘선(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혁신추진본부장)=이장관은 생산성본부 회장 재직시절 “기업이 살길은 생산성 향상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핵심은 교육이다. 중소기업은 스스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자가진단과 CEO교육을 원하고 있다.

◇김인중(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입지소장)=‘잘한다’고 칭찬받으면 자란아이가 꾸중만 듣고 자란아이보다 더 잘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는 기업가 정신이고 이것은 자유에서 온다. 자유롭지 않으면 창작하지 못 하는 예술가와 같다. 공장 하나 지으려면 60∼100개의 도장을 받아야하는게 문제다. 기업 예찬론이 있어야 한다. ‘기업 살리기’를 넘어 ‘기업 받들기’를 실천해야 한다.

◇이현석(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지금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은 많다. IMF와 같은 국가 부도사태 수준은 아니지만 정책을 통상적으로 갖고 가면 안 된다.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한다. 외국인들이 한국경제를 ‘가라앉는 배’로 보는 시각까지 있다. 기업이 확신을 가졌을 때 투자도 가능하다.

◇사회=그렇다면 기업 기살리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이뤄져야 하는지 논의해 보자.

◇김도훈(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예전부터 나왔던 기업의 기살리기 중 안되는 것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가 많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혹은 기업이 할 수 있는데 규제가 있어 못 하는 것들을 지원해야 한다. 섬유나 가전 등 과거에 잘 나가던 업종들이 무시 당하는 것도 문제다. 고부가가치나 신공정을 지원해 변신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시장경제와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나쁘다. 고용창출효과 등 기업이 잘 하는 부분이나 과거에 잘 못 했던 것을 고친 사례를 소개하자.

◇김인중=동의한다. 스포츠스타나 연예인이 뜨는게 방송 때문인 것처럼 기업의 성공사례를 보여줘야한다. 전통산업에서도 얼마든지 성공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 반월·시화공단은 지난 20∼30년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성장동력이었지만 청춘을 바친 기업의 가치가 강남의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인 30억원 정도라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현석=김영삼 정부 때부터 규제완화 얘기는 계속 나왔지만 기업들은 체감하지 못 한다. 기업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변화를 못느끼는 것 같다. 여러부터가 동시에 걸려있어 여전한 중복규제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이 공무원들의 기업에 대한 불신에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선입견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운동장만 만들어 주고 축구를 하든 농구를 하든 내버려둬야한다. 후에 규칙을 어기면 강하게 처벌하면 된다.

◇유영환= 정부규제가 양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줄었다. 기업들이 체감하지 못 하는 이유는 입지규제, 토지규제와 같은 핵심규제 때문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대통령도 획기적으로 규제개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규제개혁단 설치도 검토되고 있다. 입지 문제와 종합적인 토지개혁안은 이달말까지 정부 안이 나온다. 사기저하의 큰 원인 중 하나인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는 분식회계처럼 기업이 자초한 것도 크다.

◇사회=정부 측에서도 규제완화뿐 아니라 기업 자체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영환=대한상의에 따르면 액센츄어의 기업 CEO 대상 조사 결과, 우리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세계 1위다. 기업의 가장 큰 미덕이 이윤추구인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9%만이 기업의 목표로 ‘이윤추구’를 꼽는다. 이를 해소해야만 기업의 기가 살아날 수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에 적극 알려야한다.

◇김인중=기업 스스로도 노력해야한다. 종업원이 130명인 안산에 소재한 한 금속회사의 경우 매일매일 결산 이익을 전광판으로 전직원에게 고지한다. 이런 식의 투명경영이 이뤄지면 기업의 이윤추구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좋은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사회=정부에서 규제개혁단 활동을 본격화하는 등 나름대로 규제완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인식부재가 스스로의 기를 떨어뜨린다는 목소리도 정부·지원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김도훈=기업들이 일을 하는데는 적극적이지만 제도를 갖추도록 노력하는 부분이 부족하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주지만 이를 규정화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작업이 부족하다. 혜택을 못 받은 기업이 좋은 사례를 보인 기업에 대해 ‘줄 잘섰구나’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사례들을 규제개혁단으로 넘겨 규정화시킨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춘선=중소기업 사장들은 자기와 관계되지 않으면 잘 모른다. 남의 얘기만 듣고 확대 재생산한다. 개선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미 개선된 부분을 알리는것도 중요하다. 중기청과 산자부 지원으로 중소기업 사장들 교육을 많이 한다. 인센티브를 줘가면서까지 교육을 해야한다.

◇김도훈= 반기업 정서 해결은 서로가 만나서 얘기하면 해결된다. 대통령이 정례적으로 기업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 기업들 기가 살았던 것도 무역 확대회의 등 대통령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영환=지난번 노대통령도 중소기업체·대기업체· 노사단체와 만났을 때 과거와 달리 3∼4시간동안이나 관심갖고 얘기를 나눴다. 공무원도 과거에는 ‘정경유착’ 우려 때문에 기업을 위해 뛴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을 위해 구매사절단 형태로 해외에 가는 경우도 많다. LG필립스LCD 파주공단 건립 결정할 때 장관이 나서서 규제를 푸는 역할도 했다. 앞으로는 기업의 개별 프로젝트에 공무원을 프로젝트매니저(PM)로 붙여 애로사항을 풀어줄 것이다. 규제완화 뿐 아니라 행동 자체를 바꿀 것이다.

◇김인중=과거 산업단지에 대한 인식은 오로지 ‘생산 많이 해서 수출 많이 하면 잘 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생산과 연구와 교육 등이 모두 클러스터화돼 있다. 개발시대에 적합했던 우리 산업단지도 클러스터화를 해 나가야한다. 신규산업단지 조성도 중요하지만 20∼30년된 1세대 산업단지산업단지의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사회=벤처열풍의 거품이 꺼지고 전국 산업단지 공동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기업의 기를 빠지게 하는 요인중 하나다. 현 상황에서 향후 기업의 기살리기 노력이나 전개방향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나.

◇이춘선=기업의 기가 빠지는 것은 결국 돈이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돈 많이 벌었을 때를 생각하고 있다. 같은 규제라도 돈이 몰릴때와 그렇지 않을때 받아들이는게 다르다. 신성장동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비전이 있어 같은 규제라도 받아들이지만 나머진 그렇지 않다.

◇김도훈= 벤처육성의 폐해도 많았지만 이면에서 잘 해 온 벤처들의 기는 살려줘야한다. 기술보험제도를 통해 위험성 있는 기술개발을 정부가 도와줘야한다.

◇유영환= 기술 신용보증기금에서 순수 기술 담보로 지원해주는게 10% 정도다. 기술평가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 투자하는 자금을 1조원 정도 조성하려 한다.

◇사회=정부의 기업 기살리기 문제도 결국은 정부와 기업간의 문제이며, 반기업 정서를 없애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기업들이 여전히 규제완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도 더욱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투명경영과 성공기업의 사례를 만들어 냄으로써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논의해 달라.

◇이현석=200대 기업들이 윤리경영에 1조 8000억원을 쓸 정도로 기업들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일반 국민들, 학생들에게 전달되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김인중=기업존중 분위기가 이뤄져야 한다. 노사관계는 언론이 도와줘야 한다. 마산에서 20년간 경영을 해온 한 외국기업이 5년적자 끝에 수백억원을 들여 청산절차를 거쳤으나 기업을 계속해야 하는 여론에 휩싸인 경우가 있을 정도다.

◇김도훈= 우리의 특수성이 있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는게 무엇이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구석진 곳도 봐야한다. 그동안 잘 되다가 안 되는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면 전체 기 살리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춘선= 정부가 뭐 해주길 바라지 말고 기업 스스로 노력하는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사회=오늘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관계 같은 듯 싶다. 정부는 기업들의 사기를 키워주고 기업들은 스스로 자기 할 일을 찾아 건강한 산업서 해야할 것이다.<정리=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