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公 요금자동징수시스템 표준 미준수 파문

한국도로공사의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요금자동징수시스템이 KS표준을 제외하고 자체 카드표준만 수용토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통카드 업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21일 전자지불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톨게이트에서 시범서비스중이며 곧 본 시스템 구축이 들어갈 예정인 한국도로공사의 요금자동징수시스템이 올 1월 KS표준으로 확정된 표준 보안응용모듈(SAM:Secure Application Module)의 명령어와 상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자체 스마트카드를 제외한 타 카드를 수용하지 못하면서 향후 막대한 비용 및 시간적 손실을 초래할 우려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알려지자 한국도로공사는 즉각 사태파악을 통해 신속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가 △국가표준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이뤄지는 점 △이로 인해 후발업체들에 원천적 진입장벽을 가져다 준 점 등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표준SAM과 처리 명령어 달라=금융결제원·비자캐시·에이캐시 등 전자화폐업체들은 도로공사의 시스템이 표준지불SAM에 따라 개발된 전자화폐 카드의 정상적인 데이터를 오류로 처리한다는 문제점을 지난주 한국전자지불협회 등에 제기했다.

 전자지불협회 회원사의 전문가들이 이를 파악한 결과 이 같은 오류는 도로공사 SAM의 일부 명령어가 표준지불SAM과 상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문가는 “필수사항 부문인 ‘SAM의 초기화’ ‘거래기록생성’ ‘직전거래 생성·초기화·취소’ ‘재거래·재처리’ 등 10여개 명령어가 표준SAM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표준SAM에 따라 개발된 전자화폐 카드의 정상적인 데이터를 오류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공, 문제 파악 나서=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도로공사 측은 “실제로 타 전자화폐를 수용하지 못하는지 등을 파악해 즉시 수정 조치하도록 하겠다”며 “주 중에 본격적인 조사를 거쳐 문제점을 파악하고 일부 규격과 명령어 등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이러한 오류가 표준SAM이 제정되기 전에 만들어진 자체 SAM을 지난 1월 표준SAM이 제정된 후 표준SAM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래머의 실수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로공사 측은 또 현재 판교·청계·성남 3개 톨게이트 시범서비스 시스템에서만 기존 SAM을 적용하고 있고 본 시스템은 아직 개발에 들어가지 않은 관계로 별다른 추가비용 없이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프로젝트 표준 마인드 없어=도로공사 스마트웨이 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의도적으로 표준SAM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비춰질까 두렵다”며 “그러나 도로공사는 표준SAM작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만큼 고의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관계자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가표준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후발업체들에 원천적 진입장벽을 가져다 준 점 등은 문제”라며 국가적 사업에 대한 표준 마인드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표준SAM’이란:지난 1월 ISO 국제표준을 기초로 해서 마련한 카드 단말 KS규격으로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통용되고 있는 K캐시·비자캐시·몬덱스·에이캐시·마이비 등 5개 교통카드를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전자화폐 5개사가 공동 개발한 기존 ‘통합SAM’에서 5사의 규격을 분리한 일종의 수정안이다. 전자화폐별로 단말기를 개발하는 등 중복투자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관련업체들이 단일 표준에 맞춰 단말기 등을 생산할 수 있게 돼 비용절감 효과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