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중동 IT수출 비상령

사진; 한국인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피랍돼 살해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라크는 물론 중동지역에 인력을 파견한 기업들이 초비상속에 직원들의 안전을 챙기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이라크 바그다드에 설치된 삼성전자 휴대폰 광고.

미국 군납업체에 근무하던 한국인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동 지역에 진출해 있는 국내 IT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IT업체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에 따른 특수를 겨냥해 중동 지역에서 공격적 영업기조를 취하고 있었으나 이번 납치 사건에 이어 중동 지역에서 한인에 대한 공격이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위험관리 모드’로 전환, 현지인들의 안전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1일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한국인 피랍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하는 한편 현지 진출중이거나 진출 예정인 업체의 피해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코트라(KOTRA)도 바그다드무역관에 파견된 2명의 직원에게 긴급공문을 보내 안전문제에 특별히 유의하면서 24시간 비상연락 체제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코트라는 또 당분간 현지출장을 피해줄 것을 권고하면서 출장이 불가피할 경우 코트라 및 대사관의 조언을 반드시 구하도록 당부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요르단 암만 주재원들에 대해 이라크로의 출장을 자제토록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중동 전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우려됨에 따라 지난 주 본사차원에서 지침을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현지의 인구 밀집지역 및 위험지역 출입을 자제하도록 했으며 현지 출장은 인사팀에 ‘선(先)보고, 후(後)실행’ 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현지 대사관과의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며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있으며, 주재원 및 가족·현지채용인들에 대해 공공장소나 미군시설 등을 가급적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라크내 치안상황이 악화되자 이라크 지사장에게 지난 달부터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해 근무하도록 하고 있으며, 바그다드 시내의 서비스센터 1곳과 10개의 제품전시관에는 모두 이라크 현지인들만 근무하도록 했다.

 LG전자는 이번 한국인 납치사건과 관련해 중동지역 법인과 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간 비상연락망을 강화토록 하는 한편 중동지역 주재원들에 대해서도 공공장소 출입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현대차도 지난 달 이라크 대리점을 개설했으나 이라크 치안상황 악화로 두바이 지사에 파견된 본사 직원들의 이라크 출장을 금지하고, 관련 업무는 이라크 대리점 소속 현지인들이 두바이지사로 와 처리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아직까지 이렇다 할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라크에는 한국 주재원 없이 현지인으로 운영되는 ‘분소’를 지난해 11월 설치한 상태이고, LG전자는 지사장이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라크 내부에서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양사 모두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경우 일본 제품과 비교해 한국산 제품의 인기나 브랜드 파워가 전혀 손색 없는 지역이어서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의욕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20여개의 입간판(roof-top), 400여개의 상점 간판(shop signboard), 60여개의 거리간판(bill board), 5개의 전시관(showroom)을 통해 이라크 소비자들에게 ‘삼성’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3월 바그다드 지사를 새로 설립, 차장급 직원 1명을 지사장으로 임명하며 이라크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나 당분간 이라크 영업은 현지인들에게만 맡겨둘 수밖에 없게 됐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