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KT·스카이라이프 등 3사가 오는 8월 세계 처음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위성방송을 함께 서비스하는 ‘홈엔스카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방송·통신 융합 셋톱박스인 ‘SMT-7000S’를 활용, KT의 초고속인터넷과 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는 것이다.
◇세계 첫 시도=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유럽 지역에서 그동안 방송과 통신을 동시에 서비스하기 위한 시도들은 있어 왔지만 상용화 모델로서 방송과 IP셋톱을 통합하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스카이라이프와 KT가 위성방송과 메가패스를 번들로 묶는 형태는 있었지만 이번 처럼 아예 셋톱을 하나로 만든 경우는 처음이다. 스카이라이프의 이형진 팀장은 “기존에도 방송·통신 융합을 얘기했으나 이는 상품과 요금만 번들로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며 “이번에는 기기가 통합되는 컨버전스”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통신 융합에서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한 발 앞서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스카이라이프의 윈윈 모델=KT는 그동안 ‘홈네트워크’을 기치로 내걸고 방송으로의 영역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이달초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홈엔’ 서비스 역시 초고속인터넷 매가패스를 기본망으로 활용, TV에서 영화와 드라마 등을 VOD로 즐길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즉, 방송과 유사한 형태를 자사 영역내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인 셈. 이번엔 아예 통합셋톱을 통해 방송 그 자체를 볼 수 있게 됨으로써 방·통 융합 주도권 장악에 한 발 다가설 기반을 마련했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사업자는 자기 자신이 방송사업자이면서 망을 가진 통신사업자이기도 하다”며 “방송만 가진 스카이라이프가 대항하기 위해선 KT, 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KT 역시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초고속인터넷시장과 인터넷전화 쪽으로 영역을 확장해 오는 가운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전망=KT 등 3사는 홈엔스카이가 올해보다는 내년에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KT측은 올해 2만대 규모의 보급을 예상하고 내년엔 10만∼15만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규 서비스인 만큼 시장 안착에 초점을 맞추고 흐름을 봐가면서 마케팅에 주력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이들 3사가 기존 유통 모델인 임대보다 직접 판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초고속인터넷이나 방송 모두 사업자가 셋톱을 구매해 이를 고객에 임대하는 모델을 지향해 왔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과 케이블방송·위성방송 시장에 새로운 분위기를 몰고 올 가능성도 크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