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하이엔드 서버 제품 개발 및 판매에서 공조를 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양 지사의 조직 변화와 사업 공조 수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사는 바람직한 공조 형태에 대한 방안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물밑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썬의 반종규 전무는 “채널이나 마케팅, 영업쪽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TF를 통해 바람직한 지사 차원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 본사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후지쯔의 김병원 상무도 “지사 차원의 공조는 2006년 이전에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본사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채널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상대방 채널이나 지사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후지쯔가 한발 앞섰다=한국썬의 관계자들은 당시 중국에서 개최된 ‘선 네트워크 2004’ 행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었다. 하지만 한국후지쯔는 이미 그 이전부터 본사로부터 양사의 공조에 대해 전해 들었고 협상 내용에 대한 정보도 파악했다. 물론 한국썬의 주장처럼 먼저 알았다는 것이 향후 공조 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도 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기업과 미국 기업 특성, 국내에서 사업을 벌이는 각사의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건은 한국후지쯔가 한국썬보다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에서 한 발 더 가깝다는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선이 OEM 주체로, 유럽지역은 후지지멘스를 통해 후지쯔가 OEM 주체로 명확히 역할 분담이 합의된 데 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각국 상황에 맞게 차등적으로 진행한다’는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정황은 무시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본사 차원의 협상력에 지사 개입 수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제품 OEM 주체 누가 맡나 관건=이번 공조의 핵심은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의 유통 경로를 어떻게 정비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현재 한국썬은 채널들이 직접 신용장을 개설, 미국 선 본사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는 100% 간접판매 형태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후지쯔는 일본 본사와 가격 협상을 통해 제품을 수입해 지사가 마진 개념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의 영업형태를 취하고 있다.
유통 방식이 통일될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제품을 받는 한국썬 채널보다 일본 후지쯔 본사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는 한국후지쯔가 원가 개념에서 볼 때 가격 경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도 이 방식을 허용할 경우 한국썬 채널들이 불리해지는 만큼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양사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유통 모델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우선 한국후지쯔가 거대 총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다. 쉽게 말해 한국후지쯔가 총판 자격으로 일본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하고 모든 채널들이 한국후지쯔로부터 제품을 받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공조 내용이 명확한 장점이 있지만 채널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썬 조직 내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한국후지쯔가 한국썬의 파트너사로 편입, 하드웨어를 공급받는 경우다. 내심 한국썬측이 바라는 모델이다. 한국썬이 이런 모델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한국후지쯔가 과거에도 자사 제품 이외에 선의 서버를 취급하는 등 한국썬의 리셀러 자격으로 공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썬측은 한발 나아가 한국후지쯔의 SI 특화 비즈니스를 고려해 아예 SI 파트너 계약을 해 다른 파트너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한국후지쯔 조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달갑지 않다. 한국후지쯔는 오히려 선 본사가 SW 분야로 사업을 치중하는 상황인 만큼 한국 조직 역시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사의 이해 관계 조정이 관건=양사는 모두 공조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한국후지쯔가 강세를 보이는 유통이나 금융 분야에서 한국썬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크지 않다. 교육이나 삼성그룹 비즈니스에서는 한국썬이 한국후지쯔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유통 경로에서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양 지사 모두 향후 도입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자사가 받게 될 변화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조만간 지사 차원의 공식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