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은 기획력이다. 특히 문화상품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적절히 파악하느냐가 관건이다. 생산에서 마케팅, 유통에 이르기까지 기획이 탁월한 상품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반면 아이디어 하나로 개발한 상품은 성공확률이 낮다. 터지면 대박이지만 안되면 쪽박이다. 시쳇말로 ‘도 아니면 모’다.
문화상품 개발은 도박이 아니다. 대박과 쪽박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외줄타기’는 더욱 아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공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시장을 조사해야 하고 소비자의 심리도 파악해야 한다. 개발 단계에서 미래의 유행도 점쳐야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시장에 나온 상품이 얼마나 롱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타임스케줄도 짜야 한다. 여기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발된 상품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연관상품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OSMU)이다.
인기만화를 게임으로 만들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든다. 영화로도 만들고 드라마로도 제작한다. 캐릭터상품도 만들 수 있다. 인기의 덕을 누려 마케팅비용이 절감되고 흥행성공 가능성도 높다. 원작이 있어 제작비도 줄일 수 있다. 구를수록 커지는 눈덩이와 같다. 성공의 연쇄작용을 톡톡히 보는 사업이다.
이 같은 경향에 따라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업체마다 원소스멀티유즈에 올인한다. 기획단계에서 원 상품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연관사업을 갖다 붙이는데 몰입하고 있다. 하지만 원소스멀티유즈는 원 상품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 반응이 우선이다. 이후 시장의 유행을 따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문화상품의 원소스멀티유즈 기획은 우격다짐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설사 인기상품의 관련사업이라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문화상품을 단지 아이디어 상품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오다. 이만큼 철저한 고증과 완벽한 조사가 필요한 시장도 드물다. 기획의 중요성도 여타 상품보다 크다. 문화상품에 있어 기획은 최초의 상품이다. 누가봐도 기획이 상품화의 성공에 근접해야 사업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원소스멀티유즈가 붙이기식이 아닌 자연스런 연계사업이 되는 것도 완벽한 기획이다. 문화상품은 있는 것을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