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도입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주5일 근무제가 파행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과학기술계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출연연의 주5일 근무제 시행 1주일 가량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노사간 합의 도출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전자통신연구원(ETRI)를 제외한 대부분의 출연연이 타결의 실마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정부 지침이 나온 이후 수개월째 노사협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오던 사측이 시행 막바지에 몰리면서 특별한 대책없이 미봉책으로 일관해 노사 갈등의 불씨마저 안고 있는 상황이다.
출연연 측은 노사타결이 안되더라도 시행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여부가 정부의 △기관평가 및 예산배정 △기관장 평가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주5일근무 노사쟁점 뭔가=연구원들은 여가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임금마저 줄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5일 근무제 도입에서 노사협상의 총대를 메고 있는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8개 안을 내놓고 포괄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과기노조의 8개 협상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균등처우 △비정규직 채용 제한 △평가제도 개선 △경영자립을 포함한 기관장 직선제 △노동시간 조정에 따른 학자금 부활 △임금삭감 보전 △복리후생 현실화 △과기공제회 현실화 등이다.
이 가운데 주5일 근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항목은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드는 노동시간 조정에 따른 임금 보전부문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연봉제 시스템 아래서 임금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월차가 없어지면서 연차에 대한 유,무급 처리 여부에 노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사급 10년 근무자의 경우 연차 일수가 기존 31일에서 19일로 줄어들게 되고 이를 임금으로 환산했을 경우 120만∼130만원 가량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 연구원은 연간 12일로 되어 있는 보건휴가의 유급처리 여부도 쟁점이다. ETRI의 경우는 조만간 정부가 제시할 가이드 라인에 따르기로 했다.
이같은 부분에 대한 노사 협상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한 타협을 이룬 기관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출연연이 풀어야할 과제=파행적인 시행이 예상되고 있기는 하지만 출연연 연구원들의 생활패턴에는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출연연은 몇 년 전부터 격주로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해 왔기 때문에 업무적인 혼란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구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업무 효율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특히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연구기관이 시차로 인한 국제협력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어 부분적인 업무조정도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대부분의 출연연들이 외면해온 연구원들의 시간 외 근무수당 지급을 이번 주5일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출연연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사기진작 효과는 클 것”이라며 “일요일에도 나와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