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올 초 문화산업관련법의 제·개정을 추진했으나 국정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화부의 기본 입장은 17대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 여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법안 처리과정 이전에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음비게법)’의 경우 시대적 상황과 부합하지 않아 대대적인 해체를 준비하고 있다. 음비게법의 수술은 음악산업진흥법(가칭), 영화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가칭·구 영화진흥법), 공연법, 게임산업진흥법(가칭) 등과 연계돼 있어 한 법률의 단독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제·개정되는 문화산업관련법의 전면적인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 언제쯤 가능한가=수술대에 오른 음비게법은 7월 초 공청회를 거치고 나면 관련부처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또 공고를 내야 하고 자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통과하고 나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가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다섯 번의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국회 상정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러야 10월 국회에 법 개정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음비게법이 음악산업진흥법, 영화진흥법, 공연법, 게임산업진흥법 등으로 나눠지게 됨에 따라 법에 따라 부분 통과된다 하더라도 일괄 시행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진흥법의 경우 법안이 거의 완성된 상태로 이번주와 다음주 초까지 국장 보고, 문화부 내 공람을 마치고 그 다음주 정도에 타 부처에 공람시킬 계획으로 17대 정기국회때 통과시킨다는 스케줄을 갖고 있다.
문화부 게임음반과의 한 관계자는 “국회 통과후의 모든 일정을 감안할 때 법안이 시행되는 시기는 내년 6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개각 등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지만 법안 시행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영상진흥과의 관계자도 “법 시행시기를 유보하는 일이 있더라도 먼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정이 미뤄지는 것 때문에 산업진흥까지 미뤄지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바뀌나=음비게법이 음반·비디오·게임 등의 분야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별도법으로 나눠진다. 비디오는 영화진흥법에 속하게 되고 음반은 음악산업진흥법에 넘어간다. 음악산업진흥법은 선언적 색채가 짙어 의원입법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게임은 게임산업진흥법이 제정된다.
게임산업진흥법은 산업진흥에 초점을 맞춰 게임산업개발원을 법정기구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원칙 아래 제정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의에서 게임물등급을 분리한다. 법 시행 이후 2∼3년내 자율심의체제로 간다는 구상이다. 과도기 형태로 문화부내 게임물등급위원회를 두고 임시 운영한다는 것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세부 규정으로 심의기준을 간결하게 하고 위원의 분포를 사회단체 인사가 아닌 게임산업 관련 인사위주로 구성해 운영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영등위가 대통령령에 의해 설립된 기구라면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문화부내 기구로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는 것이다. 게임물의 사후관리 강화는 현재의 상설단속반을 기능직화하고 공무원 7명을 증원하는 등 관리감독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수입추천제’가 폐지된다는 것이다. 수입추천제는 외국영화 수입시 영등위의 수입추천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영등위가 모호한 규정을 무기로 수입 자체를 막거나 자진 삭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이달 초 대법원이 영등위의 수입추천을 받도록 한 음비게법 16조 1항 등 3개 조항에 대해 9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법개정시 폐지가 예상됐다. 또 게임관련 업무가 제외되면서 순수 영상물 등급부여 임무에 충실하게 된 영등위는 영화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관리를 받게 된다.
이경우·정진영기자@전자신문, kwlee·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