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격멸할 때 펼친 작전은?’
상상 속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우리 선조의 생활모습이 생생한 디지털 자료로 되살아났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사업’의 39개 1차 결과물을 공개하고 온라인 유통채널인 ‘문화콘텐츠닷컴(http://www.culturecontent.com)’을 오픈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김영훈 전국경제인연합회 문화산업특별위원장 등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발표회에서는 ‘사이버 전통 한옥마을 세트 개발’과 ‘한국신화원형 개발-산해경’ 등의 과제 결과물이 시연됐다.
◇의식주부터 전투까지=이날 발표된 39개 문화원형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의식주 관련 자료는 물론 신화, 전투, 전통놀이, 전통색채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검안기록’과 ‘한국의 전통무기와 몬스터’ ‘한민족의 전투원형’ ‘한국의 소리은행’ 등의 자료는 벌써부터 사용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검안기록’은 규장각에 소장된 수백여 건의 조선시대 검안기록과 ‘중수무원록’ 등 법의학 관련자료 및 사건 관련 상세 내용을 현대어로 번역한 일명 ‘조선시대판 범죄의 재구성’이다. ‘시체의 머리와 몸이 따로 떨어져 있을 경우의 처리방법’ ‘놀라서 죽은 사체를 검험할 때의 처리방법’ 등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한국의 전통무기와 몬스터’는 당장에라도 온라인 RPG게임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는 자료다. ‘무예도보퉁지(1790)’ ‘훈국신조군기도설(1868)’ 등의 사료를 바탕으로 우리의 전통무기와 몬스터들을 3D 동영상으로 복원해 천편일률적인 우리 온라인 게임의 소재 다양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유사이래 근대까지 우리 민족이 펼친 전투를 분석한 ‘한민족 전투원형’과 한국 민속문화에 등장하는 갖가지 소리를 담은 ‘한국의 소리은행’, 국악기 음원을 기초로 한 ‘한국형 시퀀싱 프로그램’ 등이 눈길을 끈다.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사업은=‘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사업’은 우수한 우리 문화를 디지털로 복원해 다양한 창작소재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2002년부터 5년간 총 550억원이 투입되는 중요사업이다. 현재 39개 과제가 개발완료됐으며 20여개 과제가 개발되고 있다. 오는 2006년까지 총 180개 문화원형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콘텐츠닷컴’이라는 B2B 유통채널을 통해 ‘문화의 보존’ 차원을 넘어 우리 문화를 활용한 ‘제 2의 창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보호체계를 갖춘 ‘문화콘텐츠닷컴’은 소재빈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산업계를 지원하는 대표 유통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콘텐츠닷컴’은 앞으로 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의 결과물뿐 아니라 민속박물관과 문화재청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도 일반인에게 유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예정이다.
◇우리 문화 알리기의 첨병으로=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사업은 소재의 다양화로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달이 쉬운 디지털콘텐츠의 특성을 살려 전 세계에 우리 문화코드를 전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문·예술 분야와 산업 간의 상생적 협력모델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이창동 장관은 “문화콘텐츠산업이야말로 21세기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이라며 “‘문화원형사업’과 ‘문화콘텐츠닷컴’은 문화산업의 근간이 되는 창작의 원천을 제공함으로써 문화산업을 반석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