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진출 IT기업 "안전이 최우선"

김선일씨 피살…IT업계 움직임

이라크 반군 세력에 납치됐던 김선일 씨가 피살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부와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초비상’ 근무체제로 전환했다.

 정부와 업계는 파견인력을 철수시키고 출장을 금지하는 등 피해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이라크 지역은 물론 인근 중동지역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사업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이의 최소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상대책반 가동=KOTRA의 현지 무역관인 ‘바그다드 무역관’에 파견된 2명의 주재원 중 1명은 이라크 기업인 70여명과 함께 오는 27일까지 요르단 암만에서 열리는 한국제품 전시회에 참여중이며 무역관장도 지원차 암만에 합류한 상태여서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KOTRA(대표 오영교)는 통상전략팀을 중심으로 ‘이라크비상대책반(팀장 조병희)’을 편성하고 이라크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바그다드 무역관의 철수작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라크에 현지인 1명이 주재하는 ‘분소’를 운영해 오고 있고, 이라크 영업 관할은 요르단 암만에 주재하는 3명의 한국주재원이 담당하고 있어 한국 주재원은 물론 출장자도 전혀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피해는 없는 상황이지만 중아총괄 이병우 상무를 중심으로 수시 상황보고 및 인원 점검 등을 실시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LG전자는 이라크를 ‘출장금지지역’으로 정해 모든 직원들의 출장을 금지했으며 중동지역 주재원들의 공공장소 출입을 자제시키고 있다. LG전자는 또한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출장자제지역’으로 지정해 직원들에게 이 지역에 대한 출장을 자제토록 했으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반드시 임원의 결재를 받도록 지시했다.

 LG전자 바그다드 지사장인 남태운 차장은 “자칫 이라크 무장단체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현지에 근무하는 이라크인 직원들에게 이라크 내에서 TV·신문광고 등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수출 차질 불가피=KOTRA 조병희 이라크비상대책반 팀장은 “현재 이라크에서의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전면 중단했으나 여타 중동국가들과의 무역은 별다른 지장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요르단·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레바논 등을 우회해서 이라크로 가는 간접수출 규모가 5월까지 2억4601만5000달러에 이르고 수출품목도 자동차·자동차부품·위성방송수신기·가전제품·의료용기기 등이 대부분이어서 이들 분야의 수출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4월 KOTRA와 미국 정부가 실시해온 ‘이라크 재건사업’도 잠정 중단됐다. 그러나 현지 상황이 진정되면 재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15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올해엔 30%정도 높여 잡았지만 이란시장이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중동 법인장을 지낸 김준경 상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폭탄테러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물류흐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LG전자는 이라크에서 향후 5년 안에 1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여서 사업 첫해부터 발목을 잡힌 셈이 됐다. 휴맥스는 지난 2001년만 해도 대중동지역 수출비중이 36%로 매우 높았으나 지난해에는 21%로 줄고 올해에는 14%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크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총 수출액 중 이라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이고 대중동 수출도 4.2% 수준이어서 전체 수출에 커다란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라크 재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플랜트산업 수출에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계가 수출지역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팀·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