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위기론이 팽배한 요즘 토종 하드웨어 업체로서 10년째 SEK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전문업체인 크로스티이씨(대표 권용주·사진)가 바로 그곳. 지난 95년 SEK과 첫 인연을 맺은 뒤로 크로스티이씨는 한 해도 빠짐없이 SEK에 참가해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권용주 사장은 “전시회에 나올 때마다 전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줘야 하기 때문에 기술 혁신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며 “SEK 전시회 참가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인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크로스티이씨는 예년과 다름없이 전시장 맨 앞줄에 부스를 마련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전시장을 둘러보십시오. 국산 제조업체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EK이 우수한 토종 제조업체들의 기술경연의 장이었지만 지금은 외국 업체들에게 자리를 내줬습니다.” 권 사장은 국내 제조업체의 몰락을 아쉬워했다.
때문에 SEK은 권 사장에게 ‘토종 제조업체로서 여전히 살아있음’을 만방에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제조업체가 줄줄이 망하는 상황에서도 SEK에 오면 매년 같은 자리에서 크로스티이씨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고객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신뢰를 안겨줍니다.”
권 사장은 빌 게이츠가 ‘윈도우월드’ 기조연설을 했던 97년도 SEK도 기억했다. “아침 7시쯤 전시부스를 점검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가 와서 우리 장비를 유심히 살펴보더군요. SEK의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UPS라는 한 우물만 파온 권 사장은 “IT신기술의 발전 속에서 제조업이 무시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SEK이 우수한 토종 하드웨어 업체들에게도 오래도록 기회의 장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