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과 현지법인의 전산 시스템이 잇따라 새옷을 입는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에 걸쳐 해외 점포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던 국내 은행들이 최근 들어 노후된 기존 시스템의 개선과 바젤Ⅱ 대비 해외자산관리체계 정비 등을 위해 신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프로젝트는 J2EE, 컴포넌트기반개발(CBD) 방법론 등 이제 본점 주전산 시스템에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신기술을 적용한 토종 솔루션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황과 특징=지난해 말 조흥은행이 뉴욕 지점과 베트남 현지법인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지난 4월과 5월 각각 한국수출입은행 홍콩 법인, 하나은행 중국 심양 지점 등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또 현재 산업은행이 약 100억 원을 투입, 뉴욕·런던·도쿄·상하이·싱가포르 등 지점과 홍콩·아일랜드 등 현지 법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 점포통합 운용시스템 프로젝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최근 추진되는 시스템들은 CBD, J2EE 등 아직까지 계정성 업무에 적용되지 못했던 신기술이 채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록 규모와 거래 트랜잭션은 작지만 계정계·정보계·대외계 등 대부분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 시스템의 안정적인 가동은 향후 본점의 차세대 시스템에 적용이 예상되는 이들 기술의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프로젝트처럼 그동안 각 해외 지점이 개별적으로 구축해온 시스템을 하나의 솔루션을 적용, 통합된 시스템 관리체계를 구현함으로써 유지보수나 각종 정책 적용의 편의성을 높여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토종 솔루션의 두각=이 같은 프로젝트들에서 외산 솔루션을 제치고 국산 솔루션들이 적용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솔루션 전문업체인 IMS시스템과 시스템통합(SI) 업체인 KCC정보통신은 이 시장에서 맞서면서 사실상 시장 수요를 양분하고 있다.
‘e플라톤’을 공급중인 IMS시스템은 현재 산업은행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컨소시엄에 참여중이며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이미 조흥은행의 일부 해외점포에 솔루션을 공급, 가동중이다.
KCC정보통신은 자사의 ‘ABIS’를 이미 산업·기업·국민·한미·하나 은행의 유럽·아시아·동남아 지점·현지법인에 공급했으며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홍콩법인, 하나은행 중국 심양 지점의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또 후속 제품으로 CBD를 적용한 웹 기반 토털 뱅킹솔루션 ‘네오BIS’를 개발, 하반기부터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시장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망=해외 점포 시스템의 구축 수요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간 합병, 차세대 프로젝트 등의 변수로 추진시기가 다소 유동적일 수 있지만 이미 해외 자산관리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상당수 은행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시스템이 정식 가동되는 오는 9월 이후, 늦어도 내년 초에는 프로젝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점포시스템을 구축한 은행들이 타지역으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