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국내외 휴대폰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한 휴대폰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K그룹은 현재 인수합병 양해각서를 교환한 벨웨이브를 포함해 국내 중견업체인 맥슨텔레콤 등 2∼3개 휴대폰 업체를 M&A 대상으로 물색중이다. 얼마 전에는 중국 신장성의 최대 그룹인 텐디그룹과 720억원 규모의 휴대폰 합작사인 ‘SK텐디텔레콤산업’을 설립키로 합의한 바 있다.
◇배경·의미=SK그룹은 그동안 휴대폰제조업을 서비스사업과 함께 그룹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더욱이 오는 2007년 글로벌 톱10 진입을 위해서는 M&A 외에는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다. 따라서 벨웨이브 인수를 위한 이번 MOU는 M&A를 통한 휴대폰 제조업의 주력사업화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GSM시장 진출을 위해 벨웨이브의 GSM 기술력과 중국시장에서의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 이는 더 나아가 최근 SK텔레텍 임원이 중국 신장성 고위 관계자들과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 모종의 논의를 거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SK텐디텔레콤산업의 설립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SK텔레텍이 핵심 축으로=SK는 벨웨이브 인수 추진으로 휴대폰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우산 아래 내수 휴대폰 시장 10% 가량을 확보한데다, M&A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웨이브든 맥슨 한 곳만 인수해도 국내 빅3(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와 맞설 수 있는 대형 휴대폰업체로 부상하는 셈이다.
국내외 CDMA 휴대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SK텔레텍이 벨웨이브나 맥슨텔레콤을 인수해 GSM 휴대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추진중인 중국의 합작사 ‘SK텐디텔레콤’의 설립까지 가시화할 경우 당장 LG전자와 맞먹는 규모로 덩치를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나아가 물량 제한이 있는 내수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텍 관계자는 “국내외 몇몇 휴대폰업체 인수를 위해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SK텔레텍이 SK그룹의 핵심 축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중소 휴대폰업체 SK에 러브콜=SK텔레텍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휴대폰업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의 경영난도 한 몫을 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낭패를 본 중견·중소 업체들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SK그룹과 같은 자본력을 갖춘 기업에 구조요청(SOS)을 보내고 있다.
현재 국내 휴대폰업계는 빅3를 제외하곤, 확실한 생존 카드를 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초 2∼3개 업체가 부도를 낸 데 이어 대표적인 중견 휴대폰업체인 세원텔레콤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황이다. 현재 SK그룹과 M&A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맥슨텔레콤 고위관계자는 “확실한 자본주만 있으면 살아날 휴대폰업체들이 몇 군데 있다”며 “SK나 KT 같은 대기업들이 M&A에 나설 경우 중견·중소 업체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대기업 강력 ‘반발’=SK그룹의 휴대폰업체 M&A 움직임에 대해 빅3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인 SK텔레콤을 보유한 SK그룹이 휴대폰 제조업에까지 뛰어들 경우,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물론 수출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방송국에서 TV를 파는 격”이라며 “국내 이동전화서비스업체처럼 서비스와 제조업을 한꺼번에 갖고 있는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는 드물고 오히려 경쟁력만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F가 각각 SK텔레텍, KTF테크놀러지스를 휴대폰제조사로 갖고 있고, LG텔레콤은 LG전자와 같은 그룹사에 속해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