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교육이다](9)게임도 영재교육-②별들의 전쟁 `프로게이며`

 “건승을 기원합니다!!”

 “와∼∼∼”

 명문 프로게임단 KTF 매진엔스에서 마련한 새 전용숙소 입촌식이 24일 열렸다. 새 전용숙소는 서울에 이처럼 공기 좋은 곳이 있을까 놀랄 만큼 아늑하고 한적한 강남구의 전원주택형 건물. 구단주인 KTF가 선수들 경기향상과 생활활력을 위해 숙소확보에 들인 비용만 6억원 이상이다.

 입촌식의 하이라이트, 무사안녕과 건승을 기원하는 고사도 이날 진행됐다. 홍진호, 강민, 김정민 등 스타급 프로게이머들을 비롯한 12명 선수들의 얼굴에도 비장함이 순간 스쳐갔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강조한 매직엔스 단장 김태호 KTF 홍보실 전무이사는 “KTF는 e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두기업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전용숙소에 청소년 IT교육장까지 갖추고 더욱 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게임인식 바꿔가는 최전선 부대=스타크래프트 리그, 워크래프트 리그 등 각종 게임대회에 이제 e스포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프로야구, 프로농구와 같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 실력을 겨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으면서 차세대 스포츠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게이머들이야말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기여한 1등 공신이다. 야구경기를 즐기듯 프로게이머들의 명승부에 찬사를 보내는 팬들은 학생에서 회사원, 심지어 40대 아저씨, 아줌마까지 다양하다. 스타급 프로게이머들이 돈과 명성을 얻으면서 게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늘었다. 국내 게임리그가 출범한 것은 지난 99년. 지난 5년간 e스포츠 발전 과정 그 자체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의 싸움이었다. 프로게이머들 스스로도 “공부 안하고 게임만 한다”는 핀잔을 여러차례 들었던 게임 마니아들이었다.

 ◇프로게이머들은 영재(?)=국내 프로게이머 수는 얼마나 될까. 6월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에 공식등록한 프로게이머 수는 170여명.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실력있는 아마추어라도 족히 3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어야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수백대 1이 넘는 치열한 싸움에서 이겨야 상위 20위 안에 들 수 있다. 이른바 A급 선수들은 KTF매직엔스, SKT T1, 한빛소프트 한빛스타즈 등 각 구단에서 영입경쟁도 치열하다.

 이정도 치열한 경쟁을 뚫은 프로게이머들은 천재가 아닐까. 최고 스타로 대접받는 임요환 선수는 빙긋 웃으며 고등학교 때 검사한 지능지수(IQ)가 99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선수 자신도 몰랐던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과학적 근거도 나왔다. 가톨릭 의대, 마음누리신경전신가 등이 최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프로게이머들의 고도의 집중력, 순간적 판단력, 탁월한 스트레스 이완능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에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동경, 연습생으로 입단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지만, 천부적인 실력차이와 피말리는 경쟁을 맛본 뒤 중도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구단감독들은 귀띔한다.

 ◇올림픽 개념으로 확대=아테네에서 시작된 운동경기가 전세계 지구촌을 달구는 올림픽으로 발전해왔듯이 게임리그를 e스포츠 올림픽으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e스포츠 종주국답게 이러한 움직임도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 지난 2001년부터 전세계 게이머들이 참가하는 게임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즈(WCG)’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3회 WCG에서는 전세게 55개국 6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4회 대회인 WCG2004는 오는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영향으로 중국은 최근 e스포츠를 99번째 국가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미국 ‘CPL’, 프랑스의 ‘ESWC’ 등도 국제 게임대회로 각광받고 있다.

  <특별기획팀>

 <팀장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스포츠 저변확대 대기업들이 나선다

 e스포츠가 대기업과 정부까지 적극 나서면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대표 정몽구)가 주최하는 ‘투싼배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막이 올랐다. 8월까지 열리는 이번대회의 우승팀에게는 1500만원과 투싼자동차이 주어지는 등 총상금액만도 7000만원에 이른다. IT기업이 아닌, 현대자동차가 e스포츠 대회 스폰서십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 일이다. e스포츠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대자동차측은 이번 대회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20∼30대 젊은 층에서 투산의 우수성을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스타크래프트 등 각종 게임대회 후원에 나서면서 e스포츠 판이 확 커지고 있다. KTF와 SKT에 이어 팬택도 프로게임단 창단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도 체계적인 지원으로 e스포츠 저변확대에 나서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4일 관계자들을 초정한 가운데 e스포츠 발전 포럼을 출범시켰다. 문화부는 이번 포럼을 통해 ▲가족 e스포츠 리그 ▲국제 청소년 e스포츠 리그 ▲e스포츠 전용 경기장 검토 등 e스포초 발전 중장기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프로게임단 T1 신영철 단장(SK텔레콤 상무) 

 - e스포츠의 의미는 무엇인가

▲ e스포츠는 젊은이들의 주요 문화 트렌드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21세기 문화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임개발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게임문화의 창달 역시 중요한데 e스포츠는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 왜 프로게임단 창단인가

▲e스포츠는 젊은이들과 감동을 나눌 수 있는 대화창구다. 프로게임단 창단에 대한 사회적 열망도 인식하게 됐다. SK텔레콤은 젊은이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한국게임산업발전 도모를 위해 지난 4월 프로게임단을 창단했다.

- 앞으로 활동 계획

▲ 선수들이 최대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또 선수단 이름으로 사회공헌활동과 팬미팅도 자주 갖질 계획이다. 앞으로 e스포츠가 세대를 초월한 건전 문화로 발전하도록 많은 관심 부탁한다.

 

<인터뷰> 프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임요환,김정민선수 공동인터뷰)

“정규리그 한 경기를 위해 얼마나 많이 연습해야하는 지 상상을 초월합니다.”(SKT T1 임요환 선수)

“재미로 게임 한다는 생각은 99년 이후 2년간 뿐이었습니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의 세계는 냉엄합니다”(KTF매직엔스 김정민 선수)

프로게이머계 1세대 임요환 선수와 김정민 선수는 오래있으면 있을수록 프로의 자리가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지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e스포츠는 이제 막 꽃피우는 단계라 모델로 삼을 수 없는 선배도 없다. 각종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보면 녹초가 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조금 한눈을 팔면 순위는 나락을 그린다.

“그래도 많은 팬들이 환호하는 무대에서 우승하는 기쁨은 누려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을 거예요.”(임 선수)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일찍 사회생활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김 선수) 무엇보다 두 선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서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기에 더욱 만족스럽단다. e스포츠계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것도 큰 보람이다.

선배 선수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말은 공통적이다. “막연한 동경은 금물이지요” 힘들고 지루한 연습을 견딜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게임을 사랑하는 마인드가 준비돼 있을 때 프로게이머는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