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디스플레이 사업방식은 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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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넘어 세계 디스플레이 분야의 양대 산맥으로 부상한 삼성그룹과 LG그룹간의 디스플레이 사업 추진방식이 확연히 대조를 이루면서 전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간 더 나아가 같은 회사 내에서도 사업부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를 육성하는 ‘스파르타식’이라면 LG그룹은 계열사 간 경쟁보다는 조정과 협력을 중시하는 ‘아테네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세계 최강을 위해서는 내부경쟁부터 이겨내라.

삼성그룹은 철저한 내부 경쟁을 거쳐 디스플레이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경쟁하고 있으며 40인치 이상의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을 놓고도 삼성전자의 LCD와 삼성SDI의 PDP가 벌써부터 치열한 논리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30인치대 LCD TV시장을 타깃으로 6세대 투자를 결정한 LG필립스LCD와 달리 삼성전자가 40인치대를 겨냥한 7세대를 투자하면서 40인치 이상의 플랫 TV시장을 겨냥한 삼성SDI와 바로 맞붙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부품 사업간의 경쟁과 달리 삼성전자의 DM총괄은 자체내에서 조달가능한 LCD나 PDP보다는 TI의 DLP기술을 적용한 DLP 프로젝션 TV를 가장 우선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삼성내에서도 “삼성전자가 너무 DLP 프로젝션 판매에 치중, PDP 시장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다. 삼성SDI는 OLED사업과 관련해 파이오니아,LG전자 등 다른 경쟁사보다는 삼성전자를 더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비록 삼성그룹이라는 울타리에 있지만 각 회사는 주주 및 종업원의 이익을 위해 최대의 실적을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계열사 혹은 사내간의 경쟁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그룹의 관례상 사업 주체의 우위가 확연히 드러날 경우에는 교통정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 중복투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초기부터 논의와 조정으로 사업 주체를 결정한다.

이와 달리 LG그룹은 디스플레이 사업과 관련해서는 초기 사업 검토 단계부터 누가 어떻게 진행할지를 논의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LG필립스LCD가 6세대에 투자해, 30인치 플랫 TV시장을 겨냥했다면 LG전자는 PDP에 투자해 40인치 이상의 플랫 TV시장을 겨냥하는 형태로 시장 타깃을 나눴다. 물론 LG필립스LCD가 7세대 투자를 진행하게 되면 LG전자의 PDP의 사업 전략을 다시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 OLED와 관련해서도 LG전자가 증착 단계부터 모듈까지 진행하면 LG필립스LCD는 기판인 저온폴리(LTPS)를 생산하는 형태로 사업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 또 저분자 방식은 LG전자, 고분자 방식은 LG필립스LCD 등으로 잠정적으로 영역 정리가 이루어져있다.

휴대폰용 TFT LCD부문도 LG필립스LCD가 패널을 생산하면 모듈은 LG이노텍이 만들어 판매한다. LG그룹이 삼성전자와 달리 계열사간 영역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LG그룹의 디스플레이 관련 사업부, 계열사 들이 모두 참여하는 ‘디스플레이 협의회’를 통해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사업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로 구본준 부회장이 주재하는 디스플레이협의회는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까지 LG필립스LCD와 LG이노텍 등이 비 상장사이기 때문에 역할 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디스플레이가 어느 분야 혹은 사이즈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이러한 인위적인 역할 조정이 향후에는 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