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방송시장 진출 배경과 전망

휴대폰에 최적화한 구격 차기 휴대방송 선점노려

 퀄컴의 방송시장 진출은 사실상 국내 휴대방송수신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언론노조 등이 벌이고 있는 ‘휴대방송수신규격’ 논란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정통부와 언론노조는 휴대방송수신규격으로 각각 지상파DMB와 DVB-H를 주장해 왔으나, 최근 KBS·SBS 등이 지상파DMB를 지지하며 가닥이 잡혀왔다. 이미 서비스가 가능한 지상파DMB를 먼저 시작하고 차기 버전으로 ‘DVB-H’를 고려하자는 것. 이번에 퀄컴의 등장은 차기 버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S 한 관계자는 “우리가 노력해 만든 지상파DMB의 경우 이미 준비가 된데다 방송사업자가 원하기 때문에 당연히 먼저 간다”며 “그러나 차기 버전에 대한 논의는 노키아든 퀄컴이든 보다 나은 기술과 우리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가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퀄컴의 독자적 전송방식=퀄컴은 KBS측에 비밀보장을 약속받고 자사의 방송전송기술을 소개했다. 퀄컴은 KBS에 자사의 방송전송방식이 지상파 주파수 대역인 VHF·UHF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퀄컴 관계자는 “휴대폰에 맞춘 방송전송기술”이라며 기존 휴대방송수신규격의 약점을 해결했음을 강조했다.

 퀄컴은 독자 규격의 방송칩 개발을 진행중이며, 베이스밴드칩과 멀티미디어칩을 하나로 한 원칩도 검토중이다. 이를 통해 칩 전력소모량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 수동형 안테나의 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형 안테나를 채택할 예정이다.

 퀄컴 관계자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퀄컴 본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 여부를 결정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자적인 전송규격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상파DMB 이후의 차기 규격 경쟁=퀄컴측은 “국내 휴대방송규격이 우선 지상파DMB가 먼저 서비스된 후 본격 논의될 차기 규격에서 유럽방식 ‘DVB-H’와 우수성 경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노키아와 퀄컴을 경쟁시켜 놓고 좋은 조건을 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퀄컴측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로열티 등에서 노키아보다 나은 조건을 약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미 KBS는 퀄컴의 방송규격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S 관계자는 “VHF 주파수를 사용하면 갭필러 수가 최소화돼 방송사의 투자 부담이 줄어든다”며 “기술적으로 칩 소비전력, 안테나 길이 문제 등도 (퀄컴 설명대로) 해결됐다면 상용화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DVB-H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채널전환시 지체 현상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플로와의 관계=퀄컴은 이동통신망인 ‘EVDO’ 위에서 방송콘텐츠를 보낼 수 있는 ‘미디어플로’를 선보인 바 있다. 미디어플로는 통신망의 유휴 주파수 대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로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로서 제안됐다. 이번에 퀄컴측은 “미디어플로는 통신사업자들이 채택해서 휴대폰에 심어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며 “우리가 개발중인 독자적인 방송전송규격에서도 미디어플로를 소프트웨어로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중인 휴대방송전송방식이나 방송칩과는 별개의 소프트웨어라는 설명인 셈이다.

 ◇퀄컴­방송사업자간 논의 진행=퀄컴과 KBS는 그동안 퀄컴의 방송규격을 놓고 논의를 진행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측이 비밀을 전제로 KBS에 정보를 공개했다. 다음달 초에는 KBS, MBC 관계자들이 미국 샌디에이고로 가서 직접 퀄컴의 방송전송기술 실체를 확인할 계획이다.

 KBS 관계자는 “실체를 똑똑히 확인하기 위해 기술 전문가도 같이 간다”며 “실제 방송주파수대역에서 가능한지 등 방송사업자로서 서비스하는 데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모두 짚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