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성숙한 네티켓이 필요할 때’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 불고하고 고 김선일씨의 피살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불법 또는 반사회적 영상물에 대한 당국의 강제적인 차단 노력 이전에 네티즌들 스스로 인터넷 윤리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국과 인터넷사이트 운영자들이 24시간 감시 체제를 가동 중이지만 결국 문제의 영상물들이 더이상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네티즌의 성숙한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기술적 차단노력, 한계 뚜렷=고(故) 김선일 씨의 동영상 유포 같은 인터넷의 역기능이 사회 문제가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도를 일본에 반환해야 한다는 친일 사이트가 신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활개 치는 것이나 여성 강도를 외모 때문에 좋아하는 사이트들이 만들어지고 회원이 몰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최근 경찰의 음란물 유통 단속으로 수 많은 네티즌들이 입건됐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란물들은 버젓이 유포되고 있다.
지난 24일 새벽 정부는 김선일씨 관련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경찰, 인터넷서비스업체(ISP) 등과 공조, 관련사이트 및 동영상 파일이 유포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26일 고 김선일씨 피살 동영상과 관련해 살해 장면을 제외한 김씨 유언장면 등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김씨의 참혹한 피살 장면이 미국인 닉 버그(Nick Berg)씨 동영상처럼 인터넷에서 흥미거리로 퍼질 경우 고인과 유족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 정서에도 해로울 것으로 판단돼 동영상 차단조치를 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살해 장면을 삭제하고 유언 부분만 편집한 동영상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퍼지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윤리 정립’ 목소리 커져=“제발 안보신 분들 찾지도 말고 보지도 맙시다”(ID 허탈) 김씨 관련 동영상 유포 직후 한 네티즌이 인터넷게시판에 호소한 글이다. 불법 또는 반사회적 영상물에 대한 당국의 차단 노력은 뚜렷한 기술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이른바 네티즌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해졌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은 “인터넷은 현실 공간하고 다르게 이성보다 본능이 우선하는 곳”이라며 “김씨 관련 동영상을 봐선 안된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당국에서는 이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려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인터넷에 근절은 없다”고 개탄했다.
어 소장은 다만 “인터넷 문화가 아직 선정적이고 즉흥적이라 하더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주류가 된 이상 방향성이 필요하다”며 “‘운전을 안해도 음주운전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란 규범을 누구나 갖고 있듯이 네티즌에게도 인터넷 규범을 마련하려는 노력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도병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무총장도 “감시 요원들이 밤새 사이트를 감시하고 해외 P2P 운영자 등에 이메일을 띄워 유포 자제를 당부하는 등 기술적으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네티즌들의 의지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재삼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다행이 최근 일부 사이트를 중심으로 문제가되는 영상물 유포 자제를 호소하거나 이를 차단하려는 네티즌 활동이 자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김씨 동영상 유포는 아프고도 불행한 사건이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네티즌 문화 가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김유경·윤건일기자@전자신문, yukyung·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