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해외 자금 유치를 통한 초대형 글로벌 펀드 조성에 잇따라 나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한국기술투자·IMM창투·일신창투 등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연내 1억달러(약 1150억원)에서 많게는 5억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펀드를 결성한다는 목표하에 국내외에서 자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일부 벤처캐피털업체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결성한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여러 업체가 동시에 글로벌 펀드 결성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특히 지난해 일신창투가 정부 지원 속에 글로벌 펀드 결성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어 결성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도 △최근 국내투자자들의 캐피털투자 기피 △벤처산업침체에 따른 국내자금 기반의 펀드 결성 어려움 △코스닥 해외조달에 의한 자금회수에 대한 관심 고조 등의 분위기를 감안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벤처캐피털, 결성 확신=글로벌 펀드 결성에 뛰어든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조성에 확신을 나타내고 있다. KTB네트워크(대표 김한섭)는 조만간 1000만달러 규모의 한·중 펀드의 1차 클로징(출자금 납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억달러 규모의 한·일 펀드 역시 결성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3억∼5억달러 규모의 동북아바이아웃펀드(NABF) 결성을 추진중인 KTIC(대표 박동원)도 내달 말까지 국내기업 5개사 출자를 바탕으로 1000억∼1500억원 규모의 1차 클로징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일본·중국 등의 자금을 유치해 연말까지 결성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청의 ‘글로벌스타펀드’ 운영사로 선정된 일신창투(대표 고정석)와 IMM창투(대표 장동우)도 각각 호주 맥커리그룹과 미국 케임브리지캐피털파트너스와 공동으로 펀드 결성에 나서고 있다. 양사 모두 10월까지 최소 1억달러 규모로 출자금 납입을 마친다는 목표하에 일신창투는 호주를 비롯한 중동·아시아·유럽, IMM창투는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싱가포르 등의 투자업체들과 접촉하고 있거나 추진중이다.
◇관건은 신뢰 확보=업계는 글로벌 펀드 결성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험 부족 및 낮은 인지도를 들고 있다. 국내의 리딩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 최영수 상무는 “KTB도 외국 투자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법적인 문제보다는 인지도 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 투자사들이 믿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국내에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1차 관건으로 보인다. KTIC 서갑수 회장은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기에 앞서 국내에서 어느 정도 펀딩이 이뤄져야 한다”며 “벤처거품이 꺼진 이후 국내 대기업들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결성시, 윈윈 기대=글로벌 펀드가 성공적으로 결성될 경우 벤처캐피털업체와 벤처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기업의 경우 해외 투자자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이 원활해질 것이며 벤처캐피털 역시 코스닥 등록요건 강화 등으로 인해 어려워진 투자회수 기회를 해외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고학근 부회장은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국내 벤처업체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의의가 크다”며 “이들 펀드가 성공적으로 운용될 경우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이 다시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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