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연구가 재미있어 열심히 한 것뿐인데 국내외의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습기억현상연구단장인 신희섭 박사(52)가 서울대 황우석 교수에 이어 과기계 스타로 우뚝 서고 있다. 2004 호암상 과학상, 제 3회 듀폰 과학기술상,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KIST인 대상 등 올 상반기에 받은 큰 상만 4개, 상금도 2억 원에 육박한다.
비결을 묻자 “뇌는 깊게 연구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됩니다. 앞으로 밝혀야할 뇌의 신비가 많은 만큼 열심히 연구에 매진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과학자다운 답이 돌아왔다.
신 박사는 의대 출신으로 과학기술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과학자다. 또 포항공대 교수로 10년간 재직 후 융합 연구를 위해 과감히 KIST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결단의 과학자이기도 하다.
‘의사 또는 대학교수’라는 달콤한 지위를 버리고 ‘뇌 연구’에 남은 인생을 맡겼다. 시대의 흐름을 비웃는 남들과는 다른 선택이다. 물론 세계 10대 연구소를 지향하는 KIST도 신 박사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그는 특별한 결단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의대 재학시절부터 뇌 연구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창의적 사고가 주먹만한 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결국, 지난해에는 3편의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신 박사는 △통증감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와 통증억제 메커니즘을 밝혀냈고 △생체리듬을 알려주는 ‘생체시계’의 작동과정을 규명했으며 △유전자를 조작해 ‘똑똑한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국내외 다른 연구자에게도 기술 보급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 생물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언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 박사는 “치매, 간질 등 각종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해 향후 한국이 획기적인 뇌 질환 치료의 길을 열 수 있게 되리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