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통신장비 불법 유통 파장

`복제품 홍수` 정품이 사라진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주요 통신장비 업체들의 위변조 제품 불법 유통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쓰리콤의 발표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복제품이 유통되면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해 쉬쉬하며 자체적으로 무마하는 게 업계의 관례였다. 한국쓰리콤의 예는 변조제품의 범람이 이젠 도를 넘어선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태는 어떤가=스리콤·시스코·폴리콤 제품 이외에도 인텔 랜카드·앰프의 케이블잭 등 브랜드만으로 제품의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통신장비 제품들의 불법 제품 유통사례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요 회사들의 대부분 제품이 중국내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 스리콤 제품 불법 유통을 점검했던 업체 관계자도 “이번에 한국쓰리콤이 자사의 이미지 저하를 감수하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공론화한 것은, 조사 과정에서 스리콤의 모든 제품군을 마음만 먹으면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유명 IT 제품 중 상당수가 중국산 복제품”이라며 “회사들이 이미지를 고려, 쉬쉬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원인은 무엇인가=불법 제품 유통이 최근 늘고 있는 것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의 여파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자체의 위축으로 인해 높은 이윤을 얻으려는 유통사와 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가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쓰리콤의 ‘베이스라인10/100스위치24포트’ 제품의 정식 유통가격은 23만∼25만원대의 가격을 유지했지만, 불법 복제품은 17만∼18만원에 시장에서 유통됐다. 또 하나의 요인은 복제품들이 대부분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국내에 반입되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IT제품의 경우 대부분 박스 형태로 수입되기 때문에 적발이 불가능하고, 박스를 풀어본다고 하더라고 회사 관계자 등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은 애초에 구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장=불법 복제품의 유통은 제조·유통사는 물론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제조사들의 경우 단기적인 매출 하락은 물론 장기적으로 제품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으며, 정식적인 채널 계약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유통회사들의 타격도 피할 수 없다. 특히, 유통 전문 회사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들의 줄도산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소비자불법 복제품은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 AS 혜택도 받을 수 없어 고객들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해당 제품 결함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IT제품 특성상 주변장비까지 손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어디서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대책 및 전망=불법 복제품은 시장에 유통되기 전까지는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관련 회사가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적발, 유통을 막는 방법밖에 없다. 한국쓰리콤도 자사 스위치 위조품이 대량으로 국내에 반입·유통중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정품과 불법 위조품의 구별법을 알리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며, 시스코도 파트너와 채널사 등을 통해 유통 경로로 역추적,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의 통신장비 위·변조 제품의 유통 파장은 고객의 피해는 물론 나아가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대책의 필요성과 함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