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산 온라인게임의 중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그라비티의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가 일본에서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돌파한데다 NHN재팬이 운영하는 한게임재팬이 포털 1위로 올라서는 등 비디오게임 철옹성인 일본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게이머들과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일본에서 직접 만난 게이머와 일본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일본 게이머의 성향을 파악해본다.
◇게임성보다는 커뮤니티성=“친구들 만나서 좋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알 수 있잖아요.” 지난 27일 일본 도쿄에서는 ‘라그나로크’ 일본 고수들의 길드(팀) 대전이 열렸다. 이번 대회에 우승한 가디언스 세발리에 길드원은 팀원 9명이 대부분 ‘라그나로크’의 최고 수준인 99레벨를 자랑한다. 이들은 ‘라그나로크’를 즐기는 이유로 한결같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9명 중 게임 자체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우선순위로 꼽은 이는 1명에 불과했다. 1인 플레이가 대부분인 비디오게임에서는 즐길 수 없는 채팅기능 등을 통해 온라인게임의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 이런 성향은 중앙대 위정현 교수가 지난해 한·일 ‘리니지’ 유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본 온라인게임 게이머들은 한국 게이머보다 커뮤니티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캐릭터도 주요 변수다. 일본 시장에서 ‘라그나로크’가 크게 인기 있는 이유를 물으면 단연 캐릭터성이 1순위로 꼽힌다. 귀여운 SD캐릭터와 동화풍의 배경은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설정이다.
◇일본 사회의 저항도 없지 않아=일본 사회가 한국보다 훨씬 개인화된 사회임은 분명해 보인다. ‘라그나로크’ 일본 대회에서 우승한 가디언스 세발리에 길드장 사에코 아카기씨도 “일본인들은 워낙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팀보다 실력 좋은 팀도 일부러 이번 대회에 불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길드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을 두려워해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또 채팅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채팅하던 초등학생이 자신을 욕했다는 이유로 다른 초등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고조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번 사건으로 온라인게임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게 됐다는 것.
◇구매력과 충성도 높아=일본 게이머들은 한번 좋아하면 막강한 구매력을 보인다. NHN에 따르면 대략적인 동시접속자수 대비 유저 1인당 구매금액이 한국의 경우 1000원 미만인 반면, 일본 의 경우 1000엔(10000원)이 넘는다. 그라비티는 지난해 ‘라그나로크 페스티벌’ 하룻동안 관련 캐릭터 상품 거래액이 15억원선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번 좋아하는 것은 잘 바꾸지 않는 것도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이다. 불만이 있으면 한국 게이머들은 당장 반발하고 운영진에 강도 높게 제기하는 반면, 일본 게이머들은 조용히 기다리는 편을 택한다. NHN글로벌제작실 신상철 실장은 “한국 게이머들은 새로운 것이 있으면 시도해보고 쉽게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 게이머들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이 높다”며 “야후가 일본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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