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와 부품소재 등 후방산업이 반도체와 후방산업의 규모를 올해 크게 능가, 국내 제조업의 튼튼한 기반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LCD산업과 반도체산업은 올해 각각 20조원의 매출규모로 엇비슷할 전망이다. 그러나 부품 소재 등 후방산업에서는 LCD분야가 반도체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LCD업계의 올해 부품소재 구매액은 12조원대로 4조원대에 달하는 반도체업계의 3배에 달한다. 더욱이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은 엇비슷하거나 LCD가 더 높다. 양쪽 다 국산화율이 80%에 이른다 치더라도 LCD는 전후방 규모가 총 40조원에 이르지만 반도체는 전후방을 합쳐 23조원에 불과하다.
◇부품·소재업계 현황=주요 부품소재업체 매출 비중에서 LCD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전통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분야를 추월하거나 급속히 추격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용 재료를 모두 생산하는 동진쎄미켐(대표 이부섭)은 지난해 LCD 포토레지스트 등의 매출이 반도체용 재료 매출을 넘어섰고 올해는 그 격차가 7 대 3 정도로 커졌다. 이 회사는 LCD 재료의 호조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성장했으며 170억원을 투자, 내년까지 발안에 신규 LCD용 포토레지스트·웻케미컬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동우화인켐(대표 김상렬)은 LCD용 컬러필터와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자회사 동우STI와 동우광학필름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고 올해는 그 비중이 70%에 달할 전망이다. 화학재료 분야에서도 LCD 관련 제품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하면서 6 대 4 정도로 반도체 재료를 추월했다. 이 회사는 평택에 컬러필터 공장을 증설했으며 1000억원을 투자, 편광필름 공장도 증축중이다. 피케이엘(대표 정수홍)도 LCD용 포토마스크 매출이 전체의 35%를 차지하며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원익쿼츠(대표 최홍석)는 기존 반도체용 쿼츠웨어 외에 신규 사업인 LCD용 세라믹 플레이트가 급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및 LCD 장비에 쓰이는 리니어모터의 경우도 LCD 장비 수요가 8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모터 업체들은 대부분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했지만 LCD 장비 등에 쓰이는 리니어모터는 부가가치가 높아 국내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후방산업 효과 LCD가 압도적 우세=이 같은 현상은 LCD패널 업체들이 올해 10조원 이상을 부품·소재 구매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관련 부품·소재 산업의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 올해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비오이하이디스 등 3개사 매출은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한 20조원으로 예상되며 3개사는 대략 12조원 안팎의 부품·소재를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직접 LCD업체에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기업들은 이를 제조하기 위해 또 다른 원부자재를 구매하게 돼 전체적인 후방 산업 규모는 총 16조∼1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편 반도체 분야도 올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합쳐 약 20조원의 매출이 기대되지만 부품·소재 비중이 20%선이어서 후방산업 육성 효과는 LCD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1차 후방산업 규모가 12조∼13조원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업체들을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후방산업까지 고려한다면 국내 제조업에 기여하는 바는 LCD가 반도체를 훨씬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의 최대 효자는 LCD=이러한 거대 시장의 형성은 기술 유출 우려와 노사관계 때문에 국내 진출을 꺼려했던 해외 선진 부품 업체들의 국내 유입을 확대시키는 한편 국내 부품 소재업체들에 세계적인 부품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또 LCD 산업의 경우 국산화 의지가 반도체보다 강한 것도 국내 소재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