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히트상품 보면 시대가 보인다

`히트 상품을 읽으면 시대가 보인다.`

 히트 상품은 단순히 쇼핑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게 아니다. 사회상은 물론 심지어 국민 정서까지도 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백화점·할인점·TV홈쇼핑·인터넷 쇼핑몰·전자 전문점 등 주요 유통 채널의 히트 상품을 살펴 보면 우리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장기 불황과 고유가 시대를 반영하듯 절약·절전형 상품이 잘 팔렸으며 웰빙 열풍으로 건강 상품이 꾸준한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반적인 히트 상품의 부재 속에서도 ‘먹거리 상품’은 여전히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TV홈쇼핑과 인터넷 몰에서 히트 상품 키워드는 단연 ‘디지털 가전’과 ‘웰빙 상품’이었다.

 현대홈쇼핑에서 상반기 1위 제품은 71억원어치가 팔린 파나소닉 멀티캠코더가 차지했다. 컴퓨터·냉장고·에어컨 등을 물리치고 캠코더가 1위를 차지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삼성 케녹스 카메라가 수위를 차지해 불경기 속에서도 디지털 제품만은 상승세를 보였다. 우리홈쇼핑에서도 매출액 기준으로 컴팩PDA·GPS 네비게이션, 쿠쿠 압력밥솥, LG 디오스 냉장고 등이 상반기 히트 상품 대열에 올랐다. LG홈쇼핑 역시 판매 금액으로 노트북·데스크톱PC·MP3 플레이어·LCD 모니터·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웰빙 바람으로 건강 상품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TV홈쇼핑에서는 쥬서기·요구르트와 청국장 제조기·녹즙기 등 집에서 저렴하게 ‘셀프 웰빙’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LG홈쇼핑에서는 20만원 미만의 중저가 쥬서기, 녹즙기가 히트를 쳤다. CJ홈쇼핑에서도 쥬서기가 7만5000개 이상 팔려 판매 수량 3위에 올라섰고, 요구르트와 청국장 제조기도 6만5000개가 판매돼 그 뒤를 이었다. 현대홈쇼핑에서도 집에서 손쉽게 요구르트와 청국장을 제조해 먹을 수 있는 엔유씨 유산균 발효기가 많이 팔렸다. 노비타 비데와 같은 비데 제품도 상위를 차지하는 등 올 상반기의 히트 상품 테마는 단연 ‘웰빙’이었다.

 백화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는 식품이 단연 강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유기농 전문 매장 ‘푸룸’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70% 넘게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은 광우병과 조류 독감 파동으로 정육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돼지고기가 작년 동기간 대비 매출이 81%나 늘었다. 해산물 인기도 높아졌다. 이마트에서는 전복·양념장어 등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00%, 70% 이상 성장했다.

 장기 불황과 고유가의 여파로 절약형 알뜰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는 절전형 삼파장 형광등, 충전용 건전지, 멀티탭, 절수기 등의 절약형 아이디어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하이마트에서도 에너지 효율 등급 1등급 제품이 많이 판매됐다. 또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 대기 전력을 제로화하는 제품이나 온도를 센서가 인지해 자동으로 작동의 강약을 조절하는 스마트 절전 제품, 첨단 절전 기능을 갖춘 냉장고와 에어컨이 많이 판매됐다. 저렴하고 빠른 운송 수단인 스쿠터도 젊은 층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인터파크에서는 충전식 스쿠터 판매량이 올 상반기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63%나 폭증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홈쇼핑 정구선 마케팅 팀장은 “어려워진 경제 여건 속에서도 꼭 구매해야 하는 생필품이 올 상반기 히트 상품 상위권에 올랐다”며 “아울러 건강을 고려한 러닝머신·건강 보조식품 등 웰빙 상품과 주5일 근무제, 맞벌이 부부 증가 등 사회 트렌드 변화에 따라 반찬류 등 간편한 식품류, 기저귀 등이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