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론 다시 `고개`

정부가 한국과학재단 역할의 일부를 교육부로 옮기는 등 방안 등을 모색중인 가운데 이러한 역할 조정이 자칫 이공계 R&D사업의 지원위축과 연구인력부족및 공동화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낳고 있다.

 30일 과학기술계와 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과학기술부가 목적기초연구사업을 △교육인적자원부가 순수기초연구를 각각 맡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기능을 조정중이지만 자칫 이공계 연구사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두 부처간 연구개발사업 및 인력양성 업무 조정과 관련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과학재단에서 맡아오던 기초과학연구사업과 인력양성 사업의 대부분에 대한 이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지원연의 한 관계자는 “기초과학연구사업은 특성상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집중지원이 요구된다”고 전제, “교육부가 기초과학연구를 떠맡을 경우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균등 지원을 해야 하므로 이공계 분야 기초연구 집중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업이관 쟁점 비화=이공계 대학을 중점 지원해 온 과기부 산하 한국과학재단과 인문, 이공계 모두를 지원해 온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학술진흥재단 간 업무 중복에 따른 역할 조정론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번 사업 조정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과학재단은 △지역대학 △젊은 과학자 △여성과학자지원 사업과 △지역연구중심대학 △특성화장려 △지역협력우수센터(RRC) 등 6개 순수기초연구사업을 비롯, △해외현지연구 △신진연구자 △해외우수과학자유치활용 사업을 포함한 총 9개 사업을 교육인적자원부 및 산업자원부로 이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학재단측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역할분담 논의 과정에서 창의적 연구진흥사업과 특수연구소재은행사업을 제외한 기초과학연구사업과 인력양성 사업 대부분의 이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공계 위기 재연우려=원자력연구소 출신의 한 인사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인문·사회과학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져 이공계 R&D사업의 지원위축과 연구인력 부족 및 공동화 현상이 재연될 것”이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의 경우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집중지원이 필요해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균등 지원을 해야 하는 교육부가 이공계 분야 기초연구 집중지원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고급인력 연구력 향상사업(해외 박사후과정 연수 등)과 해외인력유치활용사업(과학자 유치 등) 등은 교육부가 수행할 근거조차 없어 결국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바람직한 개편방향은=이같은 최근의 움직임에 대해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과 이공계 지원기관을 완전 분리해야 기초과학 지원이 원활하게 될 것”이라며 “차제에 기초과학육성전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계의 중론은 정부가 역할을 굳이 나누겠다면 △과학재단은 목적지향형 기초연구지원과 선도집단 및 핵심인력 육성, 중장기적·전략적 기초육성 역할을 맡고 △학술진흥재단은 과기 저변 확대를 위한 학술연구지원과 대학인력양성 및 기반조성사업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계의 한 원로는 “과학기술의 토대가 이번 사업이관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며 “일방적인 나눠먹기식 역할 조정이 아니라 과학기술인의 뜻과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의 본질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