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와 마이크론재팬이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일본 정부에 신청한 건과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 조차 잡음이 일고 있다.
하이닉스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일본 가전업체들의 회복세에 자칫 찬물을 끼얹는 ‘부메랑 효과’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7월 중 개최될 예정인 양국 정부간 양자 협의에도 반영돼 일본 정부의 관세 부과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가전업체 가운데 현재 하이닉스 D램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은 만약 일본에서도 하이닉스 D램에 유럽·미국 수준의 상계관세가 부과되면 제품 1대당 최소 1000엔 이상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외신들은 “가전업계가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가전시장에서 단 돈 ‘몇 엔’이라도 줄이고 있는 상황에 상계관세 부과는 상당한 짐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라고 전하고 있다.
특히 일본경제신문은 “디지털가전용 D램은 PC용 D램보다 1세대 이전 품목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공급업체가 한정돼 있는 상황으로, 하이닉스는 현재 일본 디지털가전시장에서 25-3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디지털가전용 D램은 동작검증에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하이닉스 D램에서 타사 제품으로 전환하기도 쉽지않다는 것이 일본 가전업계의 고민”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일본 고객사들 가운데 우리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부담스러워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하이닉스 공급제품 가운데 엘피다가 효과적으로 커버해 줄 수 없는 제품군도 일부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 업계의 고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반도체상사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은 만약 상계관세가 부과되도 하이닉스 D램을 사용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많은 일본 가전업체가 정부의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유럽의 일부 반도체 수요업체들이 EU집행위가 하이닉스에 부과한 고율 상계관세의 적용 유예를 신청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한국이 대 무역흑자국이자 장비·소재의 큰 수요국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계관세 부과는 한층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주변 상황을 감안 할 때 일본 가전업계에서도 하이닉스 상계관세 부과를 유예해 달라는 요청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계관세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외교통상부 진정홍사무관은 “엘피다 등이 이미 제소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8월 중순까지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태조사 및 한국 정부와의 양자 협의(7월 중)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일본의 권위있는 경제지들이 일본 가전업계의 어려움 등을 전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 향후 결정 과정에 어떤 형태로 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