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 소프트웨어 수출액을 매년 100%씩 신장하겠다는 목표를 2000년 11월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 임직원들과 합의했다.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수출규모를 감안해 수출 신장률을 80%, 60% 등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합의서는 한 페이지로 작성해 나와 각 단장들이 전 직원 앞에서 서명한 후, 각 단장들의 책상 앞 벽에 걸어 놓고 부문별 책임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항상 유념토록 했다.
매달 월초에 각 단장들은 지난 달 실적을 전 직원 앞에서 발표하고, 목표와 실적과의 차이를 분석하고, 왜 차이가 발생했으며,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이며, 이 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 전략은 무엇인지를 발표토록 했다.
그러나 실적은 2001년 6월까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주요 이유는 일부 단장들과 직원들의 경험 미숙 또는 몇달 버티다가 보면 유야무야 될 것이라는 일부 직원들의 안이한 생각에 기인했다. 나는 흔들림 없이 프로세스를 지켜 나갔다. 2001년 7월에 접어들면서, KIPA의 임직원들은 만약 2001년 내내 열 두 번을 전 직원 앞에서 목표달성은 못 하고, 식언만 하게 되는 모습이 되면 어떻게 본인의 자리가 유지될 것인가 하는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단장들과 직원들의 행동과 판단의 변화가 가속되면서, KIPA의 일하는 분위기가 쇄신되기 시작했다. 일의 효율성과 강도가 높아지고, 임직원 스스로 연간 목표달성을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으며, 나에게 도움도 요청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해외시장 정보, 현지 수요자 요구, 해외 경쟁사의 강약점, 시장 전망 등에 대한 대응 역량이 취약했다. 또 약한 브랜드 이미지, 검증 안 된 기술력, 마케팅 자금과 역량 부족 등의 요인으로 기업들이 직접 해외 현지 판매 라인을 구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나는 합의된 목표와 품질에 대해서는 타협을 안 하는 원칙을 지켰으며, 대신에 직원들에게 소프트웨어 수출액을 단기간 내에 신장시키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마켓 인에이블러(ME : Market Enabler)’가 그 중요한 해답 중의 하나였다.
‘마켓 인에이블러’ 는 내가 작명했다. ME는 해외 현지에서 5년 이상 IT 비즈니스를 해온 해외기업, 에이전트, 또는 중진국 및 개도국의 고위 정책 결정자를 포함한다. 해외 소프트웨어를 우리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 IT 기술과 제품에 대한 노하우, 우리시장 환경과 문화, 국내 수요자의 요구사항, 유창한 의사소통 능력,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매우 능력 있는 한국인들이다.
내가 이 관찰을 역으로 적용한 것이 ME 전략이다. ME는 또한 해외 현지 파트너들과 수요자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윈윈 전략이다. 나는 진흥원 직원들과 함께 2001년 하반기 중에 해외 30개국에 617개의 ME를 구축했으며, 이 ME들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수출액이 2001년, 2002년에 각각 90% 이상 신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SW진흥원이 주관하는 “IT 중소기업 해외 진출전략 세미나” 에서 필자가 해외진출 정책 및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