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여름방학 맞아 다양한 작품 잇따라 개봉

 ‘이번엔 다르다!’

 각종 해외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면서도 정작 흥행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던 국산 애니메이션이 여름방학을 맞아 남다른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확실한 타깃 설정과 시나리오 강화, ‘재미’를 최우선시하는 제작방향 등을 통해 이번에야말로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기세다.

 ◇브랜드의 힘-‘올림포스 가디언’=가장 먼저 23일 개봉하는 ‘올림포스 가디언’의 강점은 무려 300만부가 팔린 만화 ‘그리스 로마신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39부작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시청률과 점유율 면에서 동 시간대 1, 2위를 다투기도 했다. ‘브랜드’가 곧 흥행요소인 셈이다.

 철저하게 동심을 타깃으로 설정한 전략도 눈에 띈다. 가나미디어의 김정은 본부장은 “기술의 발전으로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지만 정작 주수요층인 어린이들을 배려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이야기 전개나 화면구성 등을 모두 어린이 시각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가나미디어는 일종의 팬클럽인 ‘가디언 키즈’를 운영하면서 기존 ‘그리스 로마신화’ 독자를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한편, 전국 56개 학교를 직접 방문해 홍보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 24일 개봉하는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는 동우애니메이션이 2000년부터 42억원을 투입해 만든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일단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풀 3D로 제작된 ‘…마테오’의 비행장면이 대형 화면에 펼쳐지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돼지들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들을 보고 있노라면 상영시간 80분이 언제 지나갔는 지 모를 것이라고 동우 측은 설명한다.

 ‘포켓몬스터’의 일본작가 소노다 히데키가 시나리오 초안을 잡고 ‘외계인 알프’의 작가 듀에인 카피지가 각색을 맡아 국산 애니메이션의 약점인 이야기 전개의 완성도를 높였다. 20여 대학 공연장과 구민회관 등에서 상영하는 것도 전략이다. 이는 여름 대작이 쏟아지는 일반극장을 벗어나 안정적인 상영기회를 보장받겠다는 생각과 함께 온 가족이 손을 잡고 영화를 관람한 후에 대학 캠퍼스 주변 녹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제작사 측의 세심한 배려이기도 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다-‘망치’=내달 6일 개봉하는 ‘망치’는 허영만씨의 인기만화가 원작이다. 제작사인 캐릭터플랜 측은 “기존 국산 애니메이션이 아동용과 성인용의 양극화라는 문제를 드러내면서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작품이 없었다는 반성에서 ‘망치’의 기획은 시작됐다”고 밝혔다.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관객의 요구를 반영한 것도 특징이다. 하나의 캐릭터나 장면을 만들 때마다 아이들을 모아 놓고 모니터링을 시도, 아이들의 의견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이 점이 주효해 ‘망치’는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 등 해외의 각종 페스티벌에서 먼저 각광받으며 이미 100만달러의 해외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 어린이날 롯데시네마 6개 관에서 가진 특별 유료시사회 때는 좌석 점유율이 80%가 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성과에 고무된 캐릭터플랜은 초반 30개이던 개봉관 목표를 50개로 늘려잡은 상태다.

 ◇작품성과 재미의 조화가 숙제=올 여름 국산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 추구’다. ‘원더풀데이즈’와 ‘마리이야기’ 등 뛰어난 작품성과 영상을 선보이고도 관객의 흥미를 일으키는 데 실패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때문에 올해 흥행 여부가 업계에 미칠 영향은 지난해와는 또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나 작품성 면에서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에는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작품성과 재미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키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산 기대작들의 잇따른 개봉러시 속에서 묵묵히 재개봉을 준비중인 ‘오세암’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해 개봉돼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기대에 못 미쳤던 ‘오세암’은 올해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수상 기념으로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재개봉될 예정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