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을 통해 온라인게임을 불특정 다수에게 무료로 접속하게 해주는 이른바 ‘프리서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일시적인 유행 정도로 여겼던 프리서버 문제가 웹젠, 그라비티, 액토즈소프트 등 유명 업체들을 강타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에까지 불어닥쳐 관련업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 측은 그동안 업계에서 프리서버 문제가 터질 때마다 “안전하다”고 자부해왔던 터여서 깊은 충격에 싸여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PC게임들이 와레즈 사이트 등 불법복제에 노출된 후 바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전례가 있다”며 “온라인게임도 프리서버가 남발되면서 무차별 불법복제 시도와 그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 유입=‘리니지2’ 프리서버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말경이다.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이 프리서버는 처음 미국에서 해킹기법으로 제작돼 유포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프리서버는 현재 중국을 거쳐 아시아 지역에 급속하게 유포되고 있다. 인기 게임인 만큼 전파속도도 빠른 것이 특징이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 프리서버 정보 공유를 위한 사이트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엔씨소프트도 긴급 진화에 나섰다. 회사 측은 “현재 유포되고 있는 것은 클라이언트(사용자) 프로그램 일부를 불법으로 개조한 것으로 정상적인 게임플레이가 불가능하다”며 “개발 소스까지 유출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프리서버를 이용하면 아이디, 패스워드 유출은 물론 ‘리니지2’ 오작동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사태가 최근 클로즈베타서비스에 안착한 ‘리니지2’의 중국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칠 것에 대비해 추가정보 수집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진화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프리서버 피해사례=프리서버 혹은 불법서버 유포에 따른 상용 온라인게임 서비스 피해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에서 서비스중인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와 웹젠의 ‘뮤’의 경우 프리서버가 등장하면서 평균 동시접속자수가 7만∼10만명 이상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액토즈소프트도 중국에서 ‘A3’를 선보이자마자 불법서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또 중국 서비스업체 샨다네트워크와 국내업체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불법서버 출현 이후 누구의 책임인가를 두고 공방을 벌이다 결국 로열티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기술력 보완시급=엔씨소프트·웹젠·그라비티 등의 온라인게임 프리서버를 유포시킨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웹젠과 그라비티 등은 이미 프리서버를 운용한 PC방 업주, 네티즌을 형사고발한 상태다. 엔씨소프트도 이번 사태와 관련,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 유포하는 사람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취할 계획이다.
그러나 프리서버 제작과 유출에 대한 해결책은 법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 PC유통업체 관계자는 “수십만명이 와레즈를 통해 PC게임을 내려받고 있지만, 법적 대응을 제대로 실시할 수도 없었고 관련자를 추적하기도 힘들었다”며 “불법복제로 PC게임산업이 무너진 전철을 밟지 않도록 보안기술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