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길 잡코리아 컨설팅사업본부장
업무상 만나게 되는 외국 기업인들로부터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골프스쿨이 어디냐, 제일 유명한 코치는 누구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리나라는 골프역사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 사계절이 뚜렷해서 골프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도 아니며, 국토도 넓지 않아서 골프장도 그리 많지 않은데 어떻게 일순간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해 낼 수 있는 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외국인들이 기억하는 우리나라는 ‘빨리빨리’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저가상품 생산국이었고, 주변 강대국의 오랜 속국이었고, 덤핑상품·모조품 천국 등이 떠올려지는 그런 민족이었는데, 고도의 멘탈게임이며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으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골프투어에서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일견 공감한다.
골프나 양궁, 쇼트트랙 등 스포츠 분야 외에도 최근 들어 세계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영화산업분야나 우리 선조 도공들의 도예작품들을 볼 때, 같은 민족인 필자도 이해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잠재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처럼 세계를 놀라게 하는 우리의 저력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집중력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끈기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리의 능력이 21세기에 접어들어 IT 산업과 만나면서 세계인을 놀라게 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확신한다.
1970년대까지 저개발국으로 값싼 상품만을 생산해내던 우리나라가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이하며 전세계 IT 산업의 테스트베드가 된 것만을 보더라도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된다.
IBM이 올해부터 4년간 총 3200만 달러를 투입해 국내 R&D센터를 운영키로 했고, 인텔, MS, HP, SUN 등 텔레매틱스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지능형 정보서비스 분야의 기업들도 앞다퉈 우리나라에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IT 산업 분야에서의 테스트베드로서의 효과는 일반 소비재 산업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로 피앤지, 페르노리카 등 다국적 기업이 자사 제품의 첫 시험무대로 우리나라를 활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통하면 전세계에서 통한다는 이야기이며, 전세계에 통용되던 로마의 법이 이제 서울의 법으로 바뀌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기회를 잃지 않고, 영원히 지속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그 해법으로 우리의 외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을 꼽는다. 외국어 시험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외국인들을 만나 영어, 일본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우리의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경영지원, 인사, 총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자사의 외국지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에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전하고, 그들이 경영진과 기업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그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유창한 외국어 능력을 지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생산 및 연구개발 직무에 근무 중인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지사 및 외국에 설립한 연구소에 근무하는 외국인 동료들과 그들의 언어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우리가 개발한 TFT LCD의 기능에 대해, 멀티미디어칩의 우수한 기능에 대해 유창한 외국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전세계의 테스트베드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넛크래커 상황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박사의 예견이 기우였음을 증명해 보이자. sunway@job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