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상품화의 길` 활짝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DNA칩을 이용한 질병 진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세계 최초로 질병 진단용 DNA칩 허가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 허가 사례에 따라 국내 허가를 내주던 식약청이 전례 없이 첨단 생명공학 의약품에 허가를 준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허가는 국내 DNA칩 기준을 전세계 표준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의 진단용 DNA칩 시장 선점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되고 있는 DNA칩 상품화의 전기가 마련돼 국민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세계 첫 가이드라인 마련=이번 허가가 의미있는 이유는 국내 식약청에서 선진국보다 앞서 첨단 DNA칩의 품목을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식약청은 해외에서 허가 사례가 없는 제품에 대해 자체적으로 국내 허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난색을 표해왔다. 대부분 식약청 허가 제품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어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철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허가에서 식약청은 DNA칩을 신약 등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허가 기준을 마련하고 세계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식약청은 지난 2001년부터 각종 연구 용역 사업을 통해 DNA칩의 품목 코드 마련하는 등 첨단 바이오제품 허가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식약청은 2001년 10월 ‘의료용구의지정등에관한규정중개정(안)’을 입안예고하고 바이오 칩과 분석장치에 관한 허가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의사 등 칩을 이용하는 사용자 측이 DNA칩을 의료 용구보다 기준이 까다로운 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 DNA칩은 의약품으로, 분석장치는 의료 용구로 이원화해 품목허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바이오기업 햇볕드나=그동안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차세대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DNA칩을 개발하고도 언제 나올 지 모르는 허가 규정만 기다리며 속앓이를 해왔다. DNA칩은 첨단 산업분야로 산업분류 체계상 품목코드가 없고 허가를 위한 평가 가이드라인이 없어 그동안 대량 물량을 소화할 병의원의 진단용이 아닌 소량의 연구용으로만 유통돼 왔다.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해 경쟁력을 갖지 못했던 개발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며 경영난을 겪어 왔다.

 김종원 바이오메드랩 사장은 “지난 3년간 자궁경부암 진단 DNA칩 유효성의 검증 작업이 이번 허가방침에 힘입어 공신력을 얻게 됐다”며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진단법의 80% 수준으로 DNA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허가가 나면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국산DNA칩을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인허받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DNA칩 개발수준과 과제=국내 DNA칩 업계는 각종 질병 진단에서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칩을 개발하는 등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1호 품목허가가 예상되는 바이오메드랩과 마이진은 물론 마크로젠, 굿젠, 디지털지노믹스 등이 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외산 일색이던 DNA칩 스캐너 분야에서도 국산화를 이뤄내 디지털바이오테크놀로지, 마크로젠 등이 분석장비를 개발, DNA칩 상용화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NA칩 업계는 향후 과제로 “실제 이 제품을 적용할 의료진이 얼마나 개방적인 자세로 DNA칩 같은 첨단기술을 어느 정도 수용하느냐”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