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시장이 연일 ‘매각’ 혹은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요동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쇼핑몰까지 소리 소문없이 주인이 바뀐다. 지난 8년간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전자상거래 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한때 종합 몰 순위 10위에 랭크됐던 SK디투디는 최근 ‘GA디투디’로 새로 태어났다. SK글로벌에서 분리 독립된 지 꼭 2년 만이다. 그동안 대기업이 전자상거래의 일부 서비스나 사업을 포기한 적은 있지만 사업 전부를 중도에 하차시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본금 80억원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당시만 해도 카탈로그 회원 200만명, 디투디 68만명, 위즈위드 55만명, 클릭OK 26만명 등 350만명의 회원수를 기반으로 쇼핑몰 ‘빅3’ 진입을 노렸다. 실제 디투디는 의류와 패션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며 한때 종합 쇼핑몰 순위 5, 6위를 오갔다. 월 매출 규모는 2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이어 불과 한 달 시차를 두고 한솔CSN이 전자상거래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한솔CSN은 7년 넘게 운영해 온 한솔CS클럽을 신생 투자법인인 에이스홀딩스사에 20억2000만원이라는 ‘헐값’에 내놓았다. 한때 한솔 주가를 떠받치는 일등공신이었던 인터넷 사업이 2002년 하락세로 돌아서자 전격 매각에 나선 것이다. 한솔CS클럽은 지난해 매출액 143억원에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자산비중은 45억원이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그룹사가 운영하는 종합쇼핑몰 중 하나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온켓’이 시장매물로 등장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전자상거래업계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대형 쇼핑몰 M&A의 신호탄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 쇼핑몰이 잇달아 중도하차의 고배를 마시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만큼은 ‘대기업 비즈니스=대마불사’라는 등식이 이미 한물 갔다. 한 마디로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걸러내기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부 매출실적 부진 업체가 매각되거나 대상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옥석 고르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96년 국내에 인터넷 몰이 첫 선을 보인 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지난해부터 선발과 후발 업체 사이에 극명한 격차를 보이면서 판도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전문 몰과 후발업체의 가세로 경쟁 과열 양상을 빚어온 시장이 대형 쇼핑몰인 ‘대마’를 중심으로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기존 업체와 M&A를 통해 재편되는 구도로 급속 전환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여러 국내 종합 몰이 새로운 투자자에게 넘어가거나 매각되는 등 극심한 판도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소문으로 떠돌던 얘기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물밑에서 매각 작업에 나서고 있는 대형 업체 중 일부가 현실로 드러날 것”으로 진단했다. 8년 동안의 성장 구도를 마감하고 새로운 전자상거래 지도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