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토리지시장 `전운`

 중저가(미드레인지) 스토리지 시장에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리고 있다.

 이 시장은 전통적으로 한국HP와 한국IBM과 같은 서버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 국내 하이엔드 스토리지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EMC조차도 미드레인지 시장의 점유율이 15% 안팎에 그칠 정도로 서버 업체들의 입김이 강했다.

 최근들어 스토리지 가격의 급속한 인하와 함께 하이엔드 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임에 따라 한국EMC나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같은 스토리지 전문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 이어 ‘가격 경쟁력의 최고 주자’인 델컴퓨터코리아가 EMC의 미드레인지 확산에 동참해 주목된다.

 ◇한국EMC, 미드레인지 시장 정조준=현재 한국EMC는 파트너사업부의 역할을 강화해 10개 총판(AEP)을 중심으로 하부 채널(AP·ASP) 관리 및 지방 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또 SMB 세일즈팀, 경쟁사 윈백팀, 시장분석전담팀 등을 별도로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파이낸스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미드레인지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과 태도가 과거와는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EMC는 현재 10% 대의 미드레인지 시장 점유율을 내년까지 35%까지 올린다는 내부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전략 파트너 삼성전자·델이 움직인다=한국EMC와 본사 차원에서 전략 제휴를 맺은 삼성전자는 최근 ‘스토리지맥스’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EMC클라릭스 제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스토리지 전문 채널인 현우마이크로시스템외에도 제이앤테크·코오롱정보통신·삼테크·인성디지탈 등 기존 서버 총판과 파트너 계약을 추진하며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한국EMC는 삼성전자가 서버 업체들의 강점인 서버 스토리지의 동반 판매 전략을 가동할 수 있고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삼성SDS를 통해 그간 EMC가 취약했던 공공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달여 전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델컴퓨터코리아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EMC와 델은 이미 수년전 글로벌 OEM 계약을 맺었지만 델컴퓨터코리아의 스토리지 영업은 이제 시작되는 셈이다. 델컴퓨터코리아가 관심을 끄는 것은 주력 제품인 CX300을 본사가 직접 만든다는 점. 가뜩이나 가격 경쟁력을 최고의 무기로 내세우는 델컴퓨터코리아가 본사로부터 직접 받는 제품을 국내에 공급할 경우 그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 예측불허다.

 김진군 델컴퓨터코리아 사장은 “디스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EMC 동일 제품의 70% 정도 수준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이미 수백여 개의 견적서 요청을 받고 있어 3분기 실적부터 스토리지 매출이 적지 않게 차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HP·한국IBM, 수성 전략 가동=서버업체들의 수성전략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HP의 ‘에바(EVE)’나 한국IBM의 ‘패스티(FAStT)’는 중저가 스토리지 시장에서 인기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인텔아키텍처(IA) 서버가 주도하는 소형 서버를 판매할 때 함께 공급하거나 내장형 디스크로 공급하는 물량은 막대하다. 이를 바탕으로 양사는 전문 스토리지 업체를 제치고 미드래인지 스토리지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다툴 만큼 가히 위력적이다.

 한국HP의 주력 모델은 ‘MSA1000·1500’과 ‘에바(EVA) 3000·5000’ 등 4개 제품이다. 한국HP는 DFI·영우디지탈·정원엔시스템·SK네트워크 등 스토리지 전문 파트너사를 육성, 이들의 영향력이 높은 지방 제조 분야, 공공기관, 병원들에 높은 납품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MSA1000과 500은 분기당 5000여 대에 육박하는 판매 실적을 보이는 IA서버와 함께 납품되고 있다. 한국HP는 에바의 가상화 구현 기술 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이벤트를 통해 시장을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한국IBM은 △차세대 미드레인지 디스크 솔루션으로 내세우고 있는 패스티 △테이프 스토리지인 LTO 제품군 △이기종 환경을 지원하는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 등을 결합한 토털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IBM은 CIES와 한국아이오테크 등의 전문 파트너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최근 코오롱정보통신과 LG엔시스를 추가해 영업 확대에 적극 나섰다. 한국IBM은 SMB 시장 중 특히 금융·대학·병원·디지탈 미디어 등의 업종에 대한 영업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가상화 기술 기반의 스토리지 솔루션 및 데이터 리텐션 등의 백업 솔루션, 그리고 업종 특화된 비즈니스 솔루션과 연계한 스토리지 솔루션 기반의 영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