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테러가 감행되는 중동지역에서도 국내 전자업체들의 이른바 ’전쟁터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 전자업계 중동지역 전초기지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요르단 암만, 이란 테헤란 등지. 전쟁특수를 노리며 이라크에 전진배치됐던 마케팅 요원들은 테러 위협이 높아지면서 모두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중동 교두보는 두바이 판매법인(SGE)으로 각각 이란(테헤란), 사우디아라비아(지다), 요르단(암만), 터키(이스탄불)에 지점을 관리중이다. 전쟁중인 이라크 내 영업을 관리하는 곳은 삼성전자는 요르단 암만 지점(지점장 구본중). 92년 설립된 이 곳에서 3명의 직원이 이라크를 포함해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등의 모든 가전 마케팅을 총괄한다. 전시중인 이라크 바그다드에 지난해 11월 분소를 설치한 것도 이들의 작품이다. 현재 바그다드 분소는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중이다. 매스컴을 통해 자주 등장하는 삼성전자 제품 모두 바그다드 분소를 통해 납품된다.
삼성전자는 20여 개의 입간판, 400여개의 상점간판, 60여개의 거리간판, 5개의 전시관을 통해 이라크 소비자들에게 삼성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주요 판매 제품은 컬러TV와 에어컨, 냉장고 등이다.
LG전자는 터키에 생산법인과 아랍에미리트에 판매법인과 서비스법인을 두고 있다. 요르단 암만을 비롯해 두바이, 이스탄불, 테헤란, 지다, 카라치, 바그다드에 7개의 지사를 운영중이다.
LG전자는 아예 바그다드에 지사를 설립한 케이스. 지난 3월 전쟁중인 바그다드에 지사(지사장 남태운)를 설립, 영업을 개시했다. 삼성전자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웠지만 지난 5월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자 인근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시켰다. LG전자는 이라크 바드다드 시내에 서비스센터 1곳과 10개의 제품 전시관을 운영중이다. 종사자는 모두 이라크 현지인이다. 이와 더불어 스포츠 마케팅도 진행중이다. LG전자는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올 3월부터 2년간 이라크 국가대표올림픽 대표팀을 공식후원자격을 얻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라크인들을 고려해 만든 마케팅 전략이다. 우선 엠블렘 사용, 이라크 축구협회를 통한 로고 알리기 등 소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하지만 상황이 호전될 경우 이라크에서 실시할 TV와 라디오 광고에 이라크 대표팀 선수들을 출연시킬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에서 최근 PDP, 에어컨, 냉장고, GSM휴대폰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최근 목표를 30% 가량 상향조정했다.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이곳을 가전업체가 놓지 못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 때문. 여기에다 인구가 많고 양질의 원유를 매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프라 등으로 앞으로 전망이 밝은 시장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지역이다. 가전업계는 앞으로도 요르단 암만에 근거지를 통해 원거리 마케팅 정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그러나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두고 중동 전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우려됨에 따라 ‘미군 시설, 인구 밀집지역 및 위험지역 출입자제, 현지 출장은 가급적 피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또한 최근에는 ‘자칫 이라크 무장단체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현재 현지에 근무하는 이라크인 직원들에게 이라크내에서 TV, 신문광고 등 광고 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