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MP3플레이어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인 엠피메이트(http://www.mpmate.com)에 ‘아이리버 화이트노이즈 문제 해결되었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올초부터 레인콤의 아이리버 iFP-700/800시리즈 제품에 대한 ‘화이트노이즈’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아이리버측이 결함제품에 대한 일부 교환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한 통의 글이 엠피메이트에 게시판에 등재된 이후 수많은 답글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특히 ‘알립은과연’이라는 닉네임의 한 사용자가 답글을 통해 ‘아이리버의 화이트노이즈 현상은 칩의 근본적인 결함 때문’이라는 내용을 디지털웨이의 사례를 들어 실증적으로 밝혀내자 네티즌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 이 문제는 레인콤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와 이상제품 전면교체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끝을 맺게 됐다. 브랜드를 최대가치로 여겨온 아이리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커뮤니티의 파워가 IT시장을 이끌고 있다.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온 특정 IT제품에 대한 커뮤니티가 최근 들어 일반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하나의 ‘세력화’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같은 사례는 커뮤니티 곳곳에서 감지된다.
SLR카메라 전문 커뮤니티인 SLR클럽(http://www.slrclub.com) 내 후지포럼은 지난해 ‘NO 후지 프로젝트’라는 안티운동을 전개하며 한국후지필름의 AS체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그 결과 일본 후지필름 본사 사진연구소에서 서비스총괄 책임자 등이 급거 방한, 포럼측이 주장한 문제점과 불만족 사례들을 경청해야만 했다.
“세븐폰은 세티즌이 단종시켰다.” 이는 휴대폰 유통시장에는 널리 회자되는 말이다. 가수 세븐이 TV CF에서 선전을 해 일명 세븐폰으로 널리 알려진 ‘애니콜 SCH-V410’은 연초부터 휴대폰 커뮤니티 사이트인 세티즌닷컴(http://www.cetizen.com)에서 회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음악을 들을 때 버튼 떨림 현상, 통화시 고주파 잡음 발생 등 버그가 3∼4가지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결국 세븐폰 ‘조기 단종’이라는 철퇴를 가했고, 이는 지금도 휴대폰 유통가에서 삼성 애니콜 신화의 최대 오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사정이 이렇자 각 IT제품 제조업체서도 이들 사이트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PC 제조부문 관계자는 “다나와, 용산닷컴 등 관련 사이트 스크린이 이제는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됐다”며 “여기에 올라오는 각종 민원성 제보와 정보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커뮤니티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에 위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주장이나 제보의 글이 사이트에 등재되면 이를 삭제해달라는 청탁성 요구가 제조업체들로부터 종종 들어온다”며 “그런 요청을 받아들인 적도 없지만 설령 삭제한다 해도 한번 일어난 네티즌의 원성은 걷잡을 수 없는 것이 커뮤니티 사이트의 생리이자 위력”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