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 전문업체로 창업 5년 만에 코스닥에 당당히 입성하면서 벤처의 새로운 역사를 쓴 주인공. 바로 ‘아이리버’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레인콤이다. 99년 7명의 직원·자본금 3억원으로 출발해 2000년 MP3업체로 변신, 코스닥에 등록한 이후 대표를 맡고 있는 양덕준 사장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아이리버의 성공 비결이었다.
사실 지금은 MP3하면 아이리버를 떠올리지만 국내에서 MP3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첫 제품을 내 논 것은 ‘엠피맨닷컴’이었다. 하지만 엠피맨은 ‘MP3 1호’라는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투자비를 견디지 못해 지금은 매각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다. 반면 레인콤은 후발 주자 임에도 쟁쟁한 경쟁자를 이기고 아이리버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아이리버의 성공 신화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디자인’이 한몫했다. 당시 대기업도 인색한 디자인 투자에 초기 자본금의 3분의 1을 쏟아붓고 세계적인 디자인 업체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오고 간 스토리는 이미 잘 알려진 후일담이다.
둘째는 ‘유통 망의 혁신’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자 제품의 주요 유통 경로는 용산 전자상가 등에 활동하는 대형 도매상 이른 바 ‘큰 손’ 을 거쳐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레인콤은 기존 유통 채널을 고집하지 않고 초기부터 인터넷·TV홈쇼핑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했다. 아이리버의 주 사용자 층이 인터넷에 너무도 익숙하다는 사실을 파고 든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불만을 접수하고 처리하며 기존 제품 성능의 보강을 위해 펌웨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음질을 전달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었다. 아이리버는 제품 자체에도 신경을 썼지만 이어폰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당시 저가의 중국산 이어폰이 범람하고 있었지만 음향 기기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독일 젠하우저의 이어폰을 패키지로 제공했다.
아이리버 디자인이 제 아무리 뛰어나고 레인콤의 마케팅이 탁월했더라도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면 아이리버의 성공은 결국 사상누각이었을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