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분석 및 통계 기법들을 이용한 계량화된 평가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계량화하지 않은 정서적 판단은 흔히 ‘주먹구구식’이란 비판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으로 정서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계량화에 집착하는 경향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케팅에서 계량화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접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결국 효율이다.
홍보 회사에서 가장 난감한 일 중의 하나는 홍보 활동의 계량화된 효과 측정을 클라이언트가 강하게 요구할 때다. 물론 평가의 기준이 단순히 기사 노출의 정도에 대한 계량화라고 한다면 대체로 쉽다.
기사 노출 횟수나 크기, 호감도, 매체의 영향력 등의 변수를 매체별 광고단가로 환산해 계량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사의 호감도 측면의 평가에선 정서적인 판단이 개입된다. 또 매체의 영향력에 관해선 유효부수에 대한 실증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가중치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
물론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일관성을 가지고 끼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평가의 기준이 ‘기사의 노출로 인하여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라고 한다면 그때부터는 난감해진다.
무형적인 브랜드 이미지에서부터 판매 증대 효과, 투자수익률(ROI), 주가 등에 홍보 활동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찾아내라는 요구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특정제품의 홍보 효과를 측정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의 구매행위를 유발한 경로를 추적하는 것만 해도 최소한 홍보 비용의 서너 배는 들 것이다. 설령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효과 측정 수단의 한 가지인 설문조사만 하더라도 미묘한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 가장 단순하고 특별한 변수가 없다고 하는 ‘선거 출구조사’도 제대로 맞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제품이 잘 팔린다면 그 배경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처음부터 부담스럽게 계량화된 평가 시스템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잡아내는 직관적인 판단이 훨씬 정확할 수도 있다.
수많은 홍보 효과 측정 기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계량화 자체를 위한 시도였다. 생소한 얘기지만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미국 학계 중심의 홍보 효과 측정 기법보다 훨씬 실증적인 접근이 80년대 중반에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인 덴츠에서 시도됐다. 아마도 광고회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던 홍보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비용 청구를 위한 시도라고 풀이된다. 하지만 이 시도는 중도포기로 결론이 났다. 계량화 자체가 과학적으로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광고주의 정서적인 기대 수준과 홍보 결과에 대한 상호 조율이 현실적인 평가기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련 학계나 전문가들이 듣는다면 정말 개념 없는 얘기일 수 있지만, 언론홍보의 성과 평가는 “기사 자∼알 나왔네!”하는 정도면 족하다. 내용 중에 의도한 메시지가 잘 표현돼 있고 그러한 내용을 이해관계자들이 봤으며 그에 따른 변화의 조짐이 있다면 효과가 충분했다고 판단하면 된다. 분명한 것은 계량화가 곤란한 사안에 대해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OPQR 대표 이백수 opqr@opq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