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지도가 바뀐다](3)영원한 1위는 없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확산 단계로 접어든 2000년 이후에도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2004년 4월까지 방문자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상위 5개 쇼핑몰의 순위가 매년 바뀌었다. 옥션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000년에는 한솔CS클럽이, 2001과 2002년은 LG이숍이, 2003년에는 CJ몰이, 그리고 올 4월 집계에서는 다음이 운영하는 디앤숍이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또 다른 온라인 시장 조사 기관인 매트릭스에서도 2002년 3월에는 옥션 -LG이숍 - 인터파크 순이었으나, 2003년에는 옥션 - CJ몰 - LG이숍 순으로 상위권 쇼핑몰의 순위가 다소 변화가 있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옥션 -인터파크 - 온켓 순으로 다시 순위가 역전되거나 새로운 업체가 진입했다.

방문자 수 뿐 아니라 거래액 비중으로도 매년 순위가 바뀌고 있다. KISDI가 통계청과 각 사업자 발표를 기준으로 조사한 거래액 비중 추이에 따르면 2002년에는 옥션(4429억 원), 롯데닷컴(3392억 원), 삼성몰(3010억 원), LG이숍(2841억 원), 한솔CS클럽(2108억 원) 순이었으나 지난 해에는 옥션(7099억 원), LG이숍(4150억 원), 인터파크(4136억 원), 롯데닷컴(2766억 원), 디앤숍(2672억 원) 순으로 매년 상위권의 자리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10년 가까이 되지만 아직도 성숙 단계에 진입하기 보다는 성장 단계에 있음을 보여 준다.

이상규 인터파크 사장은 "우리 보다 불과 2∼3년 먼저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린 미국은 이미 이베이·아마존 등 몇 개 업체로 시장이 정리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춘추 전국시대 격의 시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초기 대규모 자본과 브랜드를 앞세워 ‘선도업체의 이점’을 안고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우리는 자본·인력 등 모든 면에서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1위’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 2위와의 압도적인 격차를 두지 않는 한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과 프로모션만 뒷받침되면 순위를 올리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근 바이엔조이에서 KT몰로 브랜드를 교체한 김선조 KT커머스 사장은 "사이버 공간에서 회원의 충성도(로얄티)는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라며 "투자와 비례해 매출과 회원 수가 증가하지만 항상 그 때뿐인 ‘일시적’이라는 게 딜레마"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아직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순위는 단순한 ‘수치’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