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가 밝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피해 현황이 우리 정부 및 관련업계의 조사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다른 기관이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도 50%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미국의 BSA가 밝힌 2003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로 인해 4억6170만달러(약 54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BSA는 이것이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수치이며 불법복제 비율은 48%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의회(SPC)가 발표한 2003년 불법복제 피해 금액 323억4000만원에 비해 무려 16배 이상에 높아진 규모다. 또 지난 5월 초 미국의 지적재산권보호연합(IIPA)가 밝힌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금액 3억2100만달러에 비해서도 44% 가량 많다.
불법복제 비율도 지난해 11월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밝힌 34.2%에 비해 BSA의 조사 결과는 13.8%포인트나 높았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조사 방법이 자의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SA는 국내 PC판매 대수에 필요한 만큼의 소프트웨어 수량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후 이를 기준으로 각 소프트웨어 업체의 판매 수량을 뺀 나머지를 모두 불법복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방법은)주관적 요소가 많다”며 “이보다는 우리 정부가 실시하는 무작위 단속 과정에서 산정되는 불법복제 비율이 보다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BSA의 보고서가 올해 5월 미국이 한국을 지적재산권 분야의 우선감시대상국으로 감시 대상 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이후 처음 이뤄진 조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BSA는 피해액 조사에서 그간 사무용 소프트웨어 분야에 한정됐던 대상을 게임 등을 포함한 개인용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대, 피해액을 산정함으로써 향후 미국의 지적재산권 공세가 게임을 비롯한 개인용 소프트웨어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미국 측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피해는 2002년에 비해 큰폭으로 줄었다. BSA 조사는 2002년 4억달러였지만 이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한정된 것이었다. 반면 2003년 피해 금액인 4억6170만달러는 게임 등 개인용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한 것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