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스멀티유즈’ 시대를 맞아 저작권자와 2차 저작물 제작자 사이에 분쟁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가나출판사의 전 편집장 표광소씨는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가나출판사가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저작권자인 홍은영씨의 거액의 인세를 편취하고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홍 작가는 이미 지난 1월 가나출판사와 가나미디어 등을 상대로 민·형사소송 등 4건의 소송을 제기해 조사가 진행중이었다.
◇쟁점=‘인세 미지급’과 ‘원작을 훼손한 2차 저작물’이 핵심쟁점이다. 홍 작가 측은 가나출판사가 약 1100만권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판매하고도 370만권에 해당하는 인세만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나출판사는 “출판계약에 따라 정상 지급해왔다”고 맞서며 계약서상 단어 선택이 신중치 못 했다는 점은 시인했다.
두 번째 쟁점은 2차 저작물의 동일성 훼손으로 작가의 저작인격권이 침해됐다는 부분이다. 계약으로 원작자로부터 2차적 저작물 제작권리를 얻었지만 그 결과물인 애니메이션이 원작만화와 크게 달라 ‘제호, 내용 등을 바꿀 때는 반드시 갑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양도계약서 제5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나미디어 측은 “원작의 그림이 복잡해 단순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전에 설명했고 홍 작가 역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동의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명확한 계약 관행 필요=결국, 이번 분쟁의 핵심은 ‘명확한 계약문구를 작성했느냐’와 작가의 ‘동의’를 얻었다는 증거가 문서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애니메이션 제작시 원작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동일성 유지권’을 인지하지 못한 점도 문제를 키웠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작자는 일단 작품 판매에 주력하다가 세부 항목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이것이 결국 ‘대박’을 터뜨렸을 때 문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이호흥 책임연구원은 “지난 89년 제작된 표준 저작권계약양식을 보완하는 ‘저작권 모델 계약’ 사업을 진행중”이라며 “계약서 작성시 세부 내용까지 꼼꼼히 살펴보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