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화려한 변신

‘(시장을)쫓아가는 아이템에서 창출하는 아이템으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트의 주요 부품 정도로 치부되던 반도체가 세트 종속형 아이템에서 신 시장을 만드는 세트 주도형 아이템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바꿔나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복합형 반도체 ‘낸드 멀티 칩 패키징(MCP)’. 낸드 MCP는 노어 MCP가 주류를 이루던 휴대폰시장에 뛰어 들어 대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캠코더폰 시장 형성을 주도, 무한한 시장을 창출해 냈다. 더욱이 낸드 MCP 진영의 대표업체인 삼성전자는 이 제품의 약점인 읽기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 기술을 개발, 노어 MCP 영역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휴대폰의 다기능화가 가속화되면서 좁은 공간에 대용량 메모리를 집적할 수 있는 낸드MCP의 필요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현재 낸드 MCP시장은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주도하고 있고 하이닉스반도체도 참여를 검토중이다.

 낸드 셀로 노어 동작을 하는 ‘원 낸드’ 역시 다기능 휴대폰의 개발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제품이다. 원 낸드는 MCP에 로직 기능을 부가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이를 채용한 단말기업체는 많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원 낸드의 프로모션을 강화해 다기능 휴대폰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시모스 이미지 센터(CIS)도 카메라 폰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고가·고전력인 고체촬상소자(CCD)로는 카메라 폰 신제품 개발에 한계를 느끼던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CIS는 저가·저전력의 메리트를 부여함으로써 시장을 환기시켰다. 이에 힘입어 카메라폰은 국내 신형 단말기의 80∼90%를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고화질화도 가속화되면서 ‘폰 카메라’라는 카메라 기능 주도의 휴대폰시장까지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아직은 시기 상조지만 고성능 모바일 PC를 중심으로 플래시메모리가 마그네틱 HDD를 대체하는 현상도 예견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가 기존 HDD에 비해 충격에 강하고 전력소비량이 적기 때문. 아직 플래시메모리의 가격 제약 때문에 플래시메모리디스크시장의 형성은 미뤄지고 있지만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재 저가의 SD램을 사용하는 메모리디스크 제품은 일부 출시돼,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주요 세트업체들 가운데 최근들어 신제품 개발 회의에 삼성의 반도체 개발팀을 초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이는 이제 반도체는 단순히 세트제품에 채용되는 부품이 아니라 세트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