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내놓아 월가를 냉각시키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코스닥 등록 소프트웨어기업들은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및 증권 전문가들은 상반기 동안 코스닥 등록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은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자체의 호황 때문이 아니라 개별 업체의 구조조정이나 사업 다각화 등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강록희 연구원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프트웨어 산업이 크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에서 강점을 갖춘 기업들의 경우 매출액이 늘어나는 사례도 있어 결국 강자만이 살아남을 구조”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오재원 연구원도 “2분기 실적 예상치를 보더라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각 분야의 선두업체를 빼놓고는 두드러진 회사가 안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글과컴퓨터, 더존디지털웨어, 안철수연구소, 하우리 등의 상반기 실적은 크게 호전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전체적으로 기업규모가 크고 모기업으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원을 갖고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개별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실적이 차츰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호조 기업=LG투자증권 등이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 추정치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전체 산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일부 개별 기업들의 실적은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이 소폭 증가하고 무엇보다 영업이익 측면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더존디지털웨어의 경우 ERP 사업부문을 분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69억원에서 37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는 오히려 4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인 이네트도 전년대비 44%이상 늘어난 약 21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상반기에 두드러진 실적을 보인 업체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난 16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 역시 26억5000만원에서 58억원으로 119%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7월이면 전년 한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연구소도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상반기 실적인 119억원 수준보다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기업의 SI 프로젝트 구축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 밖에도 실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e비즈니스 인프라 제공업체인 아이티플러스, 시스템통합관리업체인 누리텔레콤도 상반기 실적이 전년에 비해 소폭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년 수준 유지=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우 전년의 실적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일단 하반기에 모든 수요가 몰려 있어 하반기 영업실적에 따라 당해년도의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특성 때문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의 대기수요가 늘어난만큼 상반기 실적보다는 오히려 하반기 실적에 기대를 걸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핸디소프트는 상반기 실적을 아직 집계하지 않았지만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손실을 입을 것으로 자체분석하고 있다. 핸디소프트 측은 “지난해에도 4분기에 연간 매출의 60%가량을 수주했던 것처럼 올해도 4분기에 절반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순조롭게 영업이 이뤄져 수주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여러개 있지만 상반기 실적으로 잡을 수 없기에 하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트컴퓨터는 이번주 말쯤 최종 집계를 해야 알겠지만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57억원)와 비슷한 수준인 58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의 최용호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대표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우 수출 실적도 가시화되고 있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ERP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져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