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은 바로 이공계 대학 교수들입니다.”
전국 10개 대학에 재직중인 교수 22명이 공동 출자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고등기술 교육을 하기 위해 만든 한국고등기술교육원 주승기 원장(52·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주 원장은 교육 현장 일선에 있는 교수들이 이공계 위기에 너무 뒷짐을 지고 있었다며 이제 교수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주승기 교수는 이공계 위기에 대해 인식을 함께 한 22명의 교수들과 뜻을 모아 한국고등기술교육원을 설립했다. 대학에서 배운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자는 목적에서다.
한국고등기술교육원은 전국 각 대학 내 연구실험실을 개방해 기업이 주문하는 맞춤식 기술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교육원은 한 예로 수중 용접과 무산소 용접 등 첨단 산업에 절실히 필요하지만 교육 기관이 없어 배울 수 없는 기술을 주로 다루게 된다.
“4년제 대학 과정에서 개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첨단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교수들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그냥 방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공계를 나온 학생들이 아무 곳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인력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요구와 대학의 능력을 연결하는 제3의 교육기관 필요성을 역설하는 주 원장. 그는 그동안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LCD·석유화학 6개 분야의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는데 한국고등기술교육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 원장이 이런 교육원을 설립하게 된 동기는 대학에 재직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이에 따른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6년부터 대학산업기술지원단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기술 애로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일에도 참여하는 등 학교와 기업의 연계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현재 대학에서 활용되지 않는 많은 장비와 인적 자원을 활용해 우리 산업의 탄탄한 근육을 만드는 것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합니다.”
주 원장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실질적인 재교육을 통한 인재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가 1위라고 자부하는 6대 분야는 물론 첨단 기술 산업에서 거침없는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 대한 냉철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