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TV(DTV) 전송방식 논란이 종식되면서 지난 1월 이후 6개월 정도 중단된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일정이 재개됐다. 또 지상파방송의 이동수신을 위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도입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반면 지상파DTV 전송방식 논란을 4년 이상 끌어왔으나 기존 기술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인 것으로 결론나면서 전국언론노조의 문제제기가 국가 디지털방송 전환정책에 큰 차질을 줬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송방식 변경시 우려되는 경제적 피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지난 1월 광역시 소재 지상파방송사의 DTV 전환일정을 잠정중단한 방송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 내용=DTV필드테스트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KBS·전국언론노조 4인 대표는 지상파DTV 전송방식에 대해 △별도의 비교시험 없이 2001년 실시한 MBC의 비교시험 재검증으로 대체 △고정수신은 기존 미국의 ATSC를 고수하고 별도의 이동수신 매체 도입 △이동수신 매체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우선 상용화 △DVB-H 도입여부 검증을 위한 프로젝트 공동수행 등을 최종 합의했다.
4인 대표는 4년 간의 DTV 전송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한 사회적 논의가 전송방식에 대한 이해증진, 시청자 복지, 이동수신과 휴대이동수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고 미국방식의 수신율 개선(5세대칩 개발) 등 관련 기술 및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또 광역시를 포함한 방송구역 내의 아테네 올림픽 고선명(HD)TV 중계, 올해 말까지 도청소재지의 디지털방송 개시 등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다.
◇합의 배경과 과정=방송위가 지난 1월 19일 광역시 소재 방송사의 DTV 방송개시를 잠정중단한 이후 1월 말 정통부·방송위·KBS·언론노조는 논란 조기 종식을 위해 DTV필드테스트추진위를 구성했다. 필드테스트추진위는 그동안 수십 차례 회의를 거듭했으나 정통부와 언론노조의 이견차로 진통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동수신 매체로 지상파DMB를 적극 추진중인 KBS가 정통부측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언론노조가 수세에 몰렸다. 특히 미국방식의 성능개선과 방식변경시 예상되는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여론으로 인해 미국방식 고수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후 언론노조는 고정수신 부문에 대한 방식변경 주장을 뒤로 하고 휴대이동수신으로 DVB-H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도 지상파DMB를 우선 상용화하고 DVB―H 도입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합의의 길을 텄으며 마침내 8일 합의에 이르렀다.
방송위 한 관계자는 “KBS가 정통부와 입장을 같이하기 시작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기존 정통부의 입장을 대거 수용했고 언론노조는 얻은 것이 거의 없는 쪽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향후일정=DTV 전송방식 논란이 종식되면서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디지털 전환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방송위는 중단했던 광역시 소재 방송사의 방송개시 일정을 서두르는 한편, 올해 안으로 방송을 시작해야 하는 도청 소재지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통부는 지상파DTV 난시청 해소를 위한 수신환경 개선, 채널간 혼신방지 등을 위해 예산지원 등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지상파DMB는 현실적 요구와 상용화 시기를 고려해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정통부와 방송위는 DVB-H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DVB-H 프로젝트를 공동주관하고 방송사, 관련 연구소, 단말기 제조업체, 기술인연합회, 시민사회단체 등과 공동으로 협의할 방침이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etnews.co.kr
[가전업계 반응]TV제조사 "HDTV 시장 올인"
가전업계는 디지털 방송방식이 미국식으로 확정되자 일제히 환영하고 이번 디지털 방송방식 논쟁 종식으로 그동안 디지털TV 구입을 망설여 오던 소비자들의 구매가 늘어나 국내 디지털TV 보급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일체형 HDTV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하반기 디지털TV 시장은 상반기 대비 30% 정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미국방식에 맞춰 준비를 해와 오늘 발표를 손꼽아 기다려왔다”며 “불안요소를 해소한 만큼 국내 DTV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방송 수신기를 내장한 HDTV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방송 수신기를 내장한 제품을 통해 제조사들은 원가 절감을 이끌어내고 가정엔 별도의 수신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 추가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0% 수준인 일체형 모델의 비중을 올 연말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디지털TV 중 일체형의 매출비중 역시 연내 50% 이상으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체형 디지털TV와 분리형 제품의 가격 차이가 최근엔 30만원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일체형 디지털TV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10년 가까이 미국 방식의 기술 및 제품 개발에 투자해 핵심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를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과 연계해 적극적인 고객밀착 마케팅을 펼쳐 국내 DTV 시장 저변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일체형 디지털TV 비중도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국내 디지털TV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객의 디지털TV 체험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동형 체험관 운영 △딜러 및 소비자 대상 로드쇼 실시 △대리점내 상설 비교시연장 운영 △모델하우스 전시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DTV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고객 밀착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방송방식의 논란 종식에 따른 DTV 수요 증가를 기대했다. 이에 따라 HD급 50인치 LCD 프로젝션TV를 비롯해 LCD TV, HD 튜너내장 PDP TV, HD 일체형 프로젝션 TV 등 프리미엄 디지털 가전 신제품을 다음달부터 대거 쏟아낼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인지도 확보를 위해 8월부터 디지털TV 제품 광고를 실시하고 고객평가단 모집, 패키지 할인 판매, 사은품 증정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합의까지 4개 기관 입장 변화]
합의 내용은 DVB-H 도입검토 결정 외에 기존 정부정책과 다를 게 없다. 4년여 간의 논쟁이 소모적이었음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정통부·방송위·KBS·언론노조 등은 수차례 입장을 바꾸며 결국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정통부=정통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방식 고수 입장을 주장하며 공식석상에서 ‘무시와 묵살’이라고까지 표현,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를 외면했다. 하지만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합리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방송위·언론노조·방송사 등과 대화를 시작했다. DVB-H에 대해 상용화하기까지 오랜기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논의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유럽현지조사 이후 지난 5월 진대제 장관이 지상파DMB와 DVB-H 복수 도입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입장을 바꿨다.
◇방송위=제1기 방송위는 전송방식에 대해 논란 자체를 외면해오다가 지난해 5월 제2기 방송위가 출범하면서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성대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일정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방송위는 정통부·언론노조와 공동으로 전세계 DTV 현지실태 조사를 주도했으며, 올해 1월 광역시 소재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을 잠정 중단했다. 방송위는 미국방식과 유럽방식의 비교시험을 강력히 주장해 필드테스트 추진까지 구성토록 했으나 결국에 비교시험없이 미국방식을 고수하기로 합의했다.
◇KBS=국가기간방송사임에도 불구, 지난해 초까지 전송방식 논란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기술인 출신인 안동수 부사장이 취임하면서 논란에 적극 개입, 재검토를 거쳐 KBS의 입장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히며 상황이 달라졌다. 안 부사장은 지난해 말 유럽현지실태조사에 KBS 대표로 참여해 유럽방식으로의 변경 입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KBS는 지상파DMB에 대한 방송법 개정과정과 방송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고정수신 부문에 대한 주장를 접고 지상파DMB를 위해 DVB-H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지난 4년간 끊임없이 유럽방식인 DVB-T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비교시험 등 전송방식 재검토를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방식에 대한 성능개선 소식과 일본과의 전파월경 문제 등이 도출되면서 DVB-T에 대한 목소리를 낮췄다. 그 대신 휴대이동수신인 DVB-H 도입 쪽에 힘을 실었다. 끝내는 DVB-H 도입 검토라는 명분을 얻고 미국방식 고수와 지상파DMB 상용화, 비교시험 불필요 등에 합의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