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세계 7위권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보수작업중 소량의 중수가 누수됐다. 약 50리터지만 인적, 환경적 영향은 거의 없는 안전관리기준 미만이었음이 정부의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원자로계통분과에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이 내용은 곧바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현재는 보수 및 사후처리를 완료하고 안전하게 운영중에 있다.
지난 1979년 유치과학자로 원자력분야에서 줄곧 일해온 입장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몇가지 아쉬움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와 관련, 경미하지만 원자력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장의 입장에서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추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어떤 연구든 연구를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할 사고에 직면할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사고나 고장을 겪으면서 연구개발이 수행돼 훌륭한 성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나 고장이 두렵다면 연구원들이 어떻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번의 중수 누수도 원자로 운전중에 발생한 것도 아니고 보수작업중 발생하였던 것이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시설에는 수백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정작 위험하다면 이들이 먼저 얘기를 할 것이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구원들이 이상이 없고 안전하다는 데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위험하다고 과대포장을 하여 난리를 피우는 것은 무슨 저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연구원들이 충분히 설명을 했음에도 확대 해석하여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많은 연구원들의 사기를 꺾는 일일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바라고 싶은 것은 과학자들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중수는 원자로의 노심에서 발생한 열중성자속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반사체역할을 하며, 보통의 물보다 분자량이 큰 물이다. 즉, 비중이 무거운 물로 일반물의 6000분의1이 중수다. 성인의 경우 신체에 10g정도 포함되어 있으며 중수는 마셔도 인체에는 아무런 해가 없는 물질이다. 중수에 에너지를 가하면 방사능물질을 띤 삼중수소로 바뀌게 된다. 이 삼중수소는 천연적으로 생성되거나, 원자로 내 핵분열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삼중수소는 방출되는 베타선의 에너지가 매우 낮아 신체 외부에 있을 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신체 내부로 섭취되더라도 물의 형태로 몸에 분포하여 신진대사 작용에 의해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며 생물학적 반감기가 10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방사성 핵종의 위해도에 있어서 제일 경미한 동위원소로 분류하여 취급하고 있다.
이번에 누수된 중수 50ℓ 중 삼중수소의 양을 계산하면 0.077㎖에 불과하다. 우리가 병원에서 쓰는 주사약 앰플 하나가 1.2㎖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 양이 얼마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삼중수소에 의한 방사선량은 5.8마이크로 시버트(μSV)로 인체에 영향은 전혀 없으며 환경위해 방지기준인 50μSV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방사선량이 기준치를 넘어섰다니 하면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였으나 우리는 이미 방사선과 함께 생활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주에서도 땅이나 콘크리트 건물에서도 심지어는 우리가 먹는 쌀이나 채소, 맥주, 생선 등에서도 방사선이 나온다. 한마디로 자연음식물 중 방사선이 함유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는 우리 인체가 방사선을 수용할 수 있는 면역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사선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과학은 이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된다면 그 일선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먼저 피해를 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학자들을 먼저 믿고 신뢰하는 풍토가 아쉽다.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ischang@ka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