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음악 표준DB 급하다

디지털음악에 대한 표준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시급하다. 전문업체에 이어 포털업체와 대기업들이 잇따라 음악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디지털음악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음악DB에 대한 중복투자도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의 뮤직라이선스뱅크(MLB) 등 독자적인 DB와 시스템들이 잇따라 구축되고 있지만 DB의 표준화 없이는 음악권리자들에 대한 투명한 정산을 담보할 수 없어 디지털음악 시장의 선순환 구조 형성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본 설계도는 완성=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18억3000만원을 투입해 ‘음원 메타DB 표준화작업’과 ‘음반·음원 유통 허브시스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가요 2만곡의 메타DB를 구축했다. 하지만 지금 이 결과물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 하고 있다. 당장 서비스업체의 정산시스템에 연동해 사용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의 백강 사무총장은 “‘음원 메타DB 표준화작업’에 거는 기대가 컸지만 이를 실제 활용 가능한 표준 데이터베이스로 발전시키는 후속사업에 정부 지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 입장은 다르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등 세 단체가 통합된 관리시스템을 만들면 표준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세 단체가 결국 시스템을 각자 개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탁관리단체들이 각자의 정산 프로세스 노출을 우려해 독자 개발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음원 메타DB 표준화작업’은 후속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KMIC를 둘러싼 갈등=올 초 한국음악산업협회는 ‘음원 메타DB 표준화작업’을 토대로 한국음악정보센터(KMIC)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음원제작자협회를 비롯한 신탁관리단체들은 발끈했다. 신탁관리단체도 아닌 음악산업협회가 징수, 분배업무까지 맡아 음악유통망을 독점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음악산업협회는 KMIC가 표준안에 따라 메타DB를 운용하는 시스템이며 음원제작자협회 등 타 단체 및 업체의 정산시스템에 연동시켜 정보와 업무를 지원하는 형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타 단체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문화관광부에 중재를 요청해 “시장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는 대답을 얻은 음악산업협회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대응방안을 고심중이지만 메타DB를 활용하려던 KMIC사업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정부가 나설 때=업계는 KMIC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진 지금이야말로 디지털음악 표준DB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고 주장한다. 특히 메타DB라는 주춧돌을 완성하고도 서로 이해관계에 얽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은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음악DB를 구축해 사용하더라도 당장 사업진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산업 전체적으로 볼 때 중복투자 문제는 심각하다”며 “사익에 휘둘리지 않는 제3의 기관이 표준DB를 구축한다면 이를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안석준 음악산업팀장도 “음반시장에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유통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신뢰성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초기 디지털음악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투명한 정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