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지가 살맛 났다. 무가지의 공세에 냉가슴을 앓던 스포츠지가 느닷없는 ‘콘텐츠 횡재’를 했다. KTH가 각사별로 월 1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스포츠지의 콘텐츠를 싹쓸이 했기 때문이다. 포털들에게 월 100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콘텐츠를 제공해오던 스포츠지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다.
포털들은 죽을 맛이다. ‘클릭’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콘텐츠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처지다. 독과점이라고, 불공정거래라고 흥분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한판 붙을 기세다. 겉으로는 최소한의 협의조차 안했다고 섭섭해하고 있지만 속내는 탄다. 당장 사용자들의 발길이 줄어듬은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포털들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남의 것에 대해선 은근히 ‘평가절하’했다. 미디어를 지향하는 포털들이 콘텐츠의 가치를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부분의 콘텐츠를 ‘헐값’에 사들여 왔다. 이 사회 ‘방귀께나 뀐다’는 언론의 콘텐츠도 그 가격인데, 일반기업의 콘텐츠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대부분의 포털이 콘텐츠 가격산정에 인색하기는 똑같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가격인상을 요구해도 씨알조차 안먹힌다고 푸념한다. 배짱 장사다. ‘이 이상은 더 주어서는 안된다’는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이라도 있는 듯 싶다. 그 것이 사실이라면 담합행위다. 우월적 유통구조를 이용해 독점적 시장지배를 이루려는 불공정행위다.
대부분 포털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털들 스스로 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생각해보자. 자기 것이 중요하면 남의 것도 중요하다. 포털들 역시 벤처의 서러움을 겪고 커온 기업들이다. 벤처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신경제를 이끄는 깨끗한 기업윤리, 도덕성, 창의적 발상의 가치를 인정하는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포털들이 타인의 창작가치에 ‘폄하의 칼’을 들이댄다면 해도 너무한 것이다.
뒤늦게 공정거래 운운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그러한 행동은 ‘헐값 콘텐츠’를 이용해왔다고 자인하는 꼴 밖에 안된다. 자본주의에서 상품이 가격에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포츠지를 옹호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름대로 벤처기업이고 신경제를 이끈다는 포털들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젠 제값주고 콘텐츠를 사자.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